박근혜 “북, 하루빨리 핵 내려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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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 “확실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에 신뢰를 쌓아가겠다”고 밝혔다. 원고지 27장 분량의 취임사 중 4장을 외교안보 분야에 할애한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 요구와 국방력 강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하루빨리 핵을 내려놓고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라.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에 아까운 자원을 소모하며 전 세계에 등을 돌리며 고립을 자초하지 말라”고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억지력(deterrence)’이란 용어를 쓴 것은 확고한 국방태세 확립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은하 3호)과 3차 핵실험으로 인해 박 대통령이 최근 대북 강경기류로 돌아섰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억지력’은 북한의 핵을 인정하지 않고, 도발을 막기 위해 국방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억지력’은 북한이 핵개발 명분으로 사용해 왔던 단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북한에 억지력(핵)을 억지하기 위해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따라서 ‘힘에는 힘’으로 맞서겠다는 박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인 셈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국방예산 투입으로 국방력을 강화해 도발에 대한 예방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 보유 시도를 무력화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감시→분석→결심→타격으로 이어지는 킬 체인(kill chain·미사일 타격체제)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 구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리 군은 북한의 핵 사용이 확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선제타격을 통해 핵 시설을 무력화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더라도 사전에 파괴하거나 요격 시스템을 갖춰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최대 피해자는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북한이)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여기에 군사위성과 같은 정보자산 확충과 차세대 전투기(F-X)사업 등을 조기에 마무리함으로써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현대화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 군사적 공동대응을 추진하는 방안도 꼽힌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국방예산의 대거 증액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대통령직인수위가 밝힌 국정과제 역시 국가재정 증가율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국방예산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안보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은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1일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라 킬 체인 구축 필요성 등에 대한 말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걸 충족시킬 예산은 시기를 당겨서라도 추가 확보를 해야 한다”며 “중기 국가 예산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재검토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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