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미래] 대전시 지능형 교통시스템 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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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22일 대전시청 앞 버스 정류장.부스에 19인치 컴퓨터 화면이 어른 눈높이와 가슴 위치에 설치돼 있다.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정류장 시설이다.

위쪽 큰 화면에 '109번 정류장 진입 중'이라는 큰 글씨가 나왔다.고개를 돌려 왼쪽을 보자 109번 버스가 50여m 떨어진 네거리에서 좌회전을 해 정류장으로 들어 오고 있었다.

그 화면에는 이어 '750번 9분 뒤 도착''103번 2분 뒤 도착''107번 12분 뒤 도착' 등 시청 앞을 지나는 모든 노선 버스에 대한 정보가 수시로 바뀌며 올라왔다. 눈이 나쁜 노인까지 볼 수 있도록 글씨도 컸다.

109번 버스에는 승용차로 치면 조수석 앞 유리창 위쪽에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전광판에는 '한신코아 정거장까지 5분 소요''교통사고 발생' 등 다양한 문자 정보가 계속 바뀌며 나왔다. 버스 승객들이 자신이 가야할 곳까지 얼마나 걸릴지 궁금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전시가 23일 정식으로 개통할 예정인 첨단교통모델 도시 구축용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이 만들어 내는 세상 중 하나다.

광역시로는 처음이며,앞으로 우리나라 교통 문제를 과학기술로 풀어갈 중요한 모델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시내 길 안내를 과학적으로 손금 들여다 보듯 할 수 있게 하고, 막힌 곳은 신호를 자동으로 조절해 잘 뚫리게 하는 등 교통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시청 18층 ITS 운용실. 50여개의 모니터를 조합해 만든 멀티스크린에는 시내 주요 지점의 소통상황이 시시각각 표시되고 있다.

시속 10㎞ 미만의 '정체 구간' 61개소,10~20㎞'지체 서행' 4백79개 구간,20㎞ 이상 '소통 원활' 1천1백44개 구간 식으로 교통정보가 보인다.

그 옆에는 시내 전 구간에 대한 교통소통 상황, 지도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CCTV와 도로 밑에 매설한 차량 숫자 감지기, 택시와 버스에 장착한 교통 상황 정보 수집기 등에서 보내져 오는 정보를 가공해 만든 것이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특정 구간의 통과 예상 시간 등을 예측한다.

대전시 교통정책과 ITS 개발운영 담당 박재현씨는 "거리 현장을 누비는 차들이 자동으로 발신하는 신호를 잡아 교통 소통상황과 소요 시간 등을 예측하기 때문에 그 어느 시스템보다 정확한 예측과 교통문제를 해소할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통 소통 상황에 대한 기초 자료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택시와 버스다.

대전시내 택시 4천대와 시내버스 9백67대에는 각각 다른 식별번호(ID)를 가진 교통상황 수집 장치가 내장되어 있다. 대부분의 시내 교차로에는 이들 차에서 나오는 신호를 받아 지능형교통시스템으로 전달하는 장치가 신호등 위에 설치되어 있다.

예를 들어 102번 버스가 방죽네거리에서 가람네거리까지 간다고 치자. 방죽네거리에서 102번 버스(차번호 1번)가 지나간 시간이 오전 10시5분이었다. 이어 가람네거리에 도착시간은 10시10분이라고 하면 결국 그 구간의 소요 시간은 5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자료는 그 즉시 ITS로 보내진다. 시스템은 주변 교통상황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해당 정보를 거리 전광판이나 정류장의 버스 안내시스템 등으로 즉시 전파한다. 눈으로 보는 어떤 정보보다 정확하게 소요 시간.소통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이유다.

또 어느 네거리 직진 방향에 차들이 밀려 있다면 이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직진 또는 동시 신호가 길어진다.승용차 운전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웬일로 이렇게 신호를 길게 주지"라며 즐거워한다. 거리 34곳에 설치된 문자정보판을 보며 막힌 도로를 피해갈 수도 있다.

대전시 ITS와 대전시 경찰청과는 이 정보를 공동으로 이용하도록 광케이블로 연결돼 있다. 시청과 경찰이 하나처럼 움직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경찰청측은 시범 가동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시내 교통소통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말했다.

대전시내 거주자뿐 아니라 전국 어느 곳에 있는 사람이라도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으면 대전시내 교통상황을 알 수 있다. ITS가 인터넷으로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104번 시내버스가 현재 어느 곳에 있는 지 알고 싶다고 치자.

그러면 홈페이지(http://traffic.metro.daejeon.kr/its/index.jsp)로 들어가 시내버스 노선과 현재 위치를 클릭하면 차번호 몇번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다는 것이 지도에 나타난다.

승용차로 외출하기 직전 출발지와 목적지를 넣고 가장 덜 막히는 구간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그 구간의 거리와 소요 예상시간도 보여 준다. 운전들이 차량운행 안내장치(내비게이터)를 달면 이런 자료를 차 안에서도 받아 볼 수 있다.

ITS 구축에 들어간 돈은 4백80여억원. 시내 도로 1~2㎞를 신설할 수 있는 예산밖에 안된다. 그러나 대전시청측은 교통소통을 20% 정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십㎞의 새 길을 내는 것과 맞먹는 효과다.

박방주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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