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방사능 폐기물 부피줄이기 개발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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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방사성 폐기물을 다이어트 시켜라'-.

원자력 발전소의 폐기물을 처리해 부피를 줄이는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이 같은 기술 없이는 2008년부터 원전 내 폐기물 저장고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원자로 안에서 입은 작업복 등 각종 폐기물은 방사능이 사라질 때까지 수십~수백년간 밀봉 보관해야 한다. 때문에 방사능 주의 표시가 붙은 드럼통들이 폐기물 저장고에 계속 쌓여만 가는 실정이다.

최근 나온 '폐기물 군살 빼는'기술은 폐기물 속의 방사능 물질만 골라 유리 안에 가두는 것. 한국수력원자력 산하 원자력환경기술원이 개발했다.

유리물이 든 소각로에서 폐기물을 태우면 재는 날아가고 무거운 방사성 원소는 떨어져 유리물에 빠진다.

이 유리물을 굳혀 방사성 원소를 가두는 것이다. 유리는 밀도가 높아 방사성 원소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방사능으로서는 '유리 감옥'에 갇힌 셈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폐기물의 부피를 3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게 기술원 측의 설명. 곧 설치에 들어가 2007년께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술원은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콘트리트를 초고온에서 녹이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른바 '플라즈마 토치'. 높은 전압이 걸린 전극 사이로 기체를 흘리면 순간적으로 섭씨 1만도까지 올라간다.

이를 이용해 콘크리트를 녹여 부피를 줄이는 것이다. 이 때 콘크리트 안의 방사성 물질은 도망가지 못하고 녹은 콘크리트 안에 갇힌다.

원자력환경기술원 박종길 박사는 "이 같은 방법으로 오염된 콘크리트 폐기물의 부피를 50%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역시 2007년에 상용화할 계획.

현재 밀봉 보관 중인 폐기물을 드럼통째 압축시키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2천t의 초고압으로 눌러 부피를 반으로 줄이는 것.

여러 가지 폐기물 처리법이 나오고 있지만 핵연료 폐기물은 이런 식으로 다룰 수 없다. 현재까지 나온 최선의 방법은 쓰고 난 연료를 재처리해 다시 연료로 사용하는 것.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무기 개발을 우려해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재처리 시설을 세우는 것을 엄격히 감시하고 있어 우리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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