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코어세스 하정률 사장

중앙일보

입력

"이제 시작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지난 7일 테헤란밸리에선 벤처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사건이 벌어졌다. 벤처 신화의 상징이었던 메디슨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3백10억원에 판 서울 대치동 메디슨벤처타워를 한 무명 벤처기업이 인수한 것. 빌딩을 인수한 기업은 초고속인터넷 장비업체인 '코어세스'(http://www.corecess.com).

이 회사 하정률(38)사장은 "그동안 고생한 임직원들에게 둥지를 만들어준 것뿐"이라며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출발선에 다시 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河사장이 이끄는 코어세스의 올해 예상 매출은 3천억원.지난해 2백60억원에서 열배 이상 뛰었다. 순이익도 5백억원선으로 예상된다.

올해 정보기술(IT)산업이 대부분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실적이라며 주변에서 부러워한다. 특히 수출 실적은 지난해 1백만달러에서 올해 2억2천만달러로 2백20배가 늘었다.

河사장은 "1997년 창업 이래 어려움을 꾹 참고 임직원들이 땀흘려 개발한 경쟁력있는 상품이 있었고,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코어세스의 주력상품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와 서비스제공업체를 연결해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마트ADSL'. 이 제품은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은 절반 이하로 싸면서도 전송속도는 2~3배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일본 전역에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준비하는 소프트뱅크가 이 제품 구매를 결정해 올해 일본에만 8천4백만달러어치를 선적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河사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졸업 후 10여년 동안 엔지니어와는 거리가 먼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그는 "벤처캐피털 회사에서 일하면서 회사 운영에서 기술력 못지 않게 영업력.자금운용도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고 밝혔다.

요즘 河사장의 최대 관심사는 초고속인터넷 장비의 새로운 황금시장으로 기대되는 중국에 진출하는 것. 이를 통해 내년 매출목표 5천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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