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워크아웃 금호산업 예금계좌 가압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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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우리은행은 19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진행 중인 금호산업 예금계좌에 대해 법원의 승인을 받아 가압류했다고 밝혔다. 채권은행이 워크아웃 기업의 예금계좌를 가압류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가 금호산업 회생에 걸림돌이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 채권단 협약 대상이 아닌 채권에 대해 금호산업에 담보제공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해 담보 확보 차원에서 예금을 가압류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난주 초 서울중앙지법에 가압류를 신청해 주말께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문제삼고 있는 채권은 금호산업의 베트남법인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KAPS)의 설립자금 대출금 600억원이다. 이 채권이 워크아웃 채권단이 합의한 협약채권에 포함되지 않는 별도 채권이기 때문에 워크아웃 기간 중이라도 상환이나 담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은행 입장이다. 우리은행 측은 금호산업 쪽에 채권 상환이 어렵다면 KAPS의 주식을 후순위 담보로라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가압류된 예금 계좌는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개설된 것이다. 금호산업으로선 회생 과정에서 예상 외 암초를 만난 셈이다. 예금 계좌가 압류되면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우리은행의 가압류를 ‘일방통행’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채권 금융기관들이 함께 금호산업 회생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만 자기 몫을 챙기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워크아웃 가동 당시 우리은행은 이번 비협약채권에 대해 아무런 입장표명도 하지 않았다”며 “이제 와서 비협약채권이라며 상환을 주장하면 다른 비협약채권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오는 21일 모임을 갖고 원만한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나 양측의 입장이 완강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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