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北 어린이 돕기 운동' 운영위원 탤런트 정영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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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북한 어린이들은 결코 남이 아닙니다.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 어린이들이 배고픔과 추위에 떠는 것을 더이상 볼 수 없어 이들을 돕기 위한 나팔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중견 탤런트 정영숙(鄭永淑.56)씨는 21일 중앙일보와 한민족복지재단(이사장 최홍준)이 함께 추진 중인 '북한 어린이 돕기 2003 운동'의 운영위원으로 발벗고 나선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鄭씨는 숙명여대 사학과 재학 중인 1968년 당시 동양방송(TBC) 탤런트 6기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 30년 넘게 연예계에 몸담아왔다.

현재 시청률 1, 2위를 다투고 있는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에서 실감나는 시각장애인 연기로 호평을 받았고, SBS 월.화 드라마 '야인시대'에서도 주인공 김두한의 할머니 역을 맡고 있다.

"이 땅의 모든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합니다. 북한 어린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일 수 없죠. 남북한의 어린이들이 모두 잘 자라 세계와 민족을 위해 크게 봉사하는 인물이 되는 게 저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鄭씨가 북한을 처음 방문한 것은 98년 7월. 그는 경제무역지대인 나선에서 영양실조로 뼈만 앙상하고,성장이 멈춘 북한 어린이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2000년 12월 평양의 특수층 자녀들만 다니는 창광유치원을 방문했을 때도, 난방이 되지 않아 썰렁한 실내에서 딱딱한 빵을 먹는 어린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몹시 아팠다고 그는 털어놨다.

북한 어린이 돕기가 일방적인 '퍼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그는 무엇보다 꾸준한 인내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우리의 진실한 사랑만이 북한 어린이들의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일 수 있습니다. 비록 북녘의 반응이 더딜지라도 우리의 사랑을 꾸준히 전한다면 언젠가는 북한 어린이들도 남녘 동포의 따뜻한 사랑을 기억할 거예요."

鄭씨가 실향민인 것도 북한 어린이 돕기에 애착을 갖도록 만들었다. 평북 선천이 고향인 그는 "고향 어린이들이 고통 당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시간이 나는대로 모금 활동에 나선다고 한다. 잠실 지하철역.명동 거리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라도 찾아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드라마 '야인시대' 출연진들을 모두 롯데백화점 바자에 참석시켜 단단히 한몫 거둬들였어요.'인어아가씨' 스태프들도 모금에 기꺼이 참여했지요."

북한 어린이 돕기 2003 운동본부 전화는 02-2275-9814나 ARS 060-700-0179다.

글=이동현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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