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씨름] 3강체제 무너진 춘추전국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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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

올 시즌 민속씨름은 지난해까지 3강으로 군림했던 김영현(LG), 이태현, 신봉민(이상 현대) 등이 주춤하는 틈을 타고 황규연, 윤경호(이상 신창), 김경수, 백승일(이상 LG) 등이 선전, 모래판의 지존이 없는 혼전으로 마감됐다.

애초 올 시즌 판도는 변함없이 3강의 나눠먹기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첫대회인 보령대회에서 신봉민이 크게 부상하는 돌발변수가 등장했고 이태현도 이유없는 부진을 보여 결국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다.

그나마 김영현이 변함없이 `골리앗'의 면모를 보였으나 절대강자로 자리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장외에서 상대를 공격한 비신사적인 플레이로 두 대회 출장정지 징계까지 받아 기세가 꺾였다.

반면 지난해까지 숨죽이고 있던 선수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쳐 모래판을 흥미있게 몰아갔다.

그중에서도 기술 샅바꾼 황규연은 가장 돋보였다.

3월 연습도중 허리를 다쳐 시즌을 불안하게 출발한 황규연은 부상치료에 이어 성실하게 재활훈련을 한 뒤 6월 광양대회에서 생애 첫 지역장사에 올랐고 10월 영암대회 백두장사에 오르며 한층 무르익은 기술씨름을 보였다.

이어 생애 첫 천하장사 꽃가마에도 올라 3강체제의 완전 해체를 선언했다.

노장 김경수도 4월 보령대회에서 지역장사타이틀을 딴 데 이어 5월 거제, 9월 천안대회에서도 지역장사 1품에 오르며 아직 은퇴할 때가 멀었음을 입증했다.

올 시즌은 또 소년장사 백승일이 부활한 뜻깊은 해였다.

만 17세였던 93년 최연소로 천하장사에 올랐던 백승일은 5월 거제대회 백두장사결정전에서 이태현을 꺾고 96년 10월 이후 4년6개월여만에 꽃가마를 탔다.

백승일은 11월 함양대회 백두장사 1품에 올라 내년을 기약했다.

그동안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던 윤경호도 영암장사에 오르며 또 다른 기술 씨름꾼의 강한 이미지를 심었다.

한라급에서는 여전히 김용대(현대)가 강세를 보이며 3개대회에서 황소트로피를 차지한 가운데 조범재(신창)는 2회, 장윤호(현대)는 1회 정상에 오르며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또 단체전에서는 LG가 5개지역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한 데 이어 최강단 타이틀까지 차지하는 초강세를 보였다. (울산=연합뉴스) 박성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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