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쪽방 대책 '있으나 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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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제시한 '쪽방 밀집지역 현황'자료에 따르면, 서울에는 종로, 중, 용산, 영등포구등 4개구에 걸쳐 총 3,859개의 쪽방에 3,666명의 쪽방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중 84.2%에 달하는 3,087명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가 아니어서 하루 하루를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파악하고 있는 쪽방거주자 밀집지역으로는 종로구 돈의동, 창신동, 중구 회현동, 용산구 갈월동, 동자동, 영등포구 영등포1·2동, 문래1동 등이다.

◇ 서울시 쪽방대책 '눈 가리고 아웅'

서울시 사회복지과는 지난 1년동안 이들 4개구에 위치한 쪽방상담센터를 통해 쪽방거주자에 대한 지원을 실시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복지과 신대현 팀장은 "주민등록 사업을 비롯해 생필품 지원, 화재예방, 방역시설 지원 등 각종 프로그램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쪽방거주자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면서 "이제 시작한지 1년정도 되는 사업이다. 지난 1년간 해왔던 사업은 민간단체(쪽방상담센터)와의 결연을 통해 위탁관리 하는 방식이었다. 주로 현금보다는 현물 지원을 통한 방법으로 해왔고 방역, 무료검진, 소화기 배치 등의 사업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설명과는 달리 쪽방상담센터에 확인한 결과, 서울시의 지원은 거의 미비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행정을 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8천8백만원 상당의 쌀, 김치, 라면, 내의 등 동절기 생필품을 2,287명에게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는 1인당 3만8천원 꼴로 서울시가 쪽방사람들의 생활안정을 도모했다고 보기엔 매우 미미한 금액이라는 지적이다.

쪽방사람 1인당 '3만8천원'꼴 지원

서울시는 또 지난 2월 1일부터 2개월동안 쪽방거주자 주민등록 재등록 정비기간을 갖고 주민등록 말소자 313명을 재등록하고 이중 71명을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로 선정하는 등 올해에만 총 579명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해 기초생계를 보장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머지 대다수 쪽방사람들에 대한 주민등록 문제와 기초생활보장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서울시는 화재예방 대책을 위해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각 쪽방별로 총 2,256개의 소화기를 지급하고 관할소방서와 상담센터에서 소화기 및 소방장비 사용법 등 화재예방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영등포구 쪽방상담센터는 "총 400대의 소화기를 배정받았으나 각 쪽방마다 소화기를 배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쪽방건물 마다 배치했다"고 말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관할 소방서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즉, 영등포구내 쪽방 건물 총 137개소에는 1~2대 정도의 소화기만 배치됐다는 말이다. 이는 쪽방 건물에 평균 10-20개의 쪽방이 있다고 할 때 화재발생시 사실상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는 것이다.

또 화재예방교육에도 총 600여명의 쪽방사람들 중 약 5%에 해당하는 30여명만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를 두고 화재예방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하고 있다.

쪽방건물, 화재에 사실상 '무방비'

서울시는 월 1회 방역소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쪽방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란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쪽방상담가는 "쪽방에는 겨울에도 벌레가 있고 무단 쓰레기 방치로 악취가 심해 매일 방역소독을 해도 모자랄 판"이라며 "보건소에서 노력을 하는 줄 알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서울시는 나름대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와 각 구청, 쪽방상담센터와의 유기적인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기초 생활보호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 해왔던 이 사업은 여름에는 방역, 겨울에는 화재예방에 중점을 두는 정도의 초보적인 단계일 뿐"이라면서 "무엇보다 시, 구청, 상담센터의 상호연계가 중요하다. 국비와 시비가 각각 50 대 50으로 나가는 사업인데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 쪽방 예산은 '자투리 예산'

정부는 쪽방사람들이 취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도 마련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적으로 보건복지부는 올해 취로사업 예산으로 48억원, 서울시와 각 구청이 각각 24억원을 책정해 총 96억원을 책정했다. 그리고 서울시는 각 자치구 부담금을 더해 총 636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취로사업을 추진해왔다. 서울시는 내년에도 적지 않은 금액인 약 630억원을 취로사업 추진비용으로 책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취로사업 추진예산은 모든 공공근로자를 위한 예산일뿐 쪽방사람들의 취로사업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 비용중 쪽방사람들을 위해 따로 책정된 부분은 없으며, 그나마 노숙자, 쪽방사람들 중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실제 주민등록이 거의 없는 84.2%에 달하는 쪽방사람들에게는 대책이 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각 쪽방상담센터는 정부측의 예산지원과 관련,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종로구 쪽방상담센터는 "지원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지원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면서 "내년도 지원금이 확정되지 않아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쪽방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쪽방사람들을 위한 예산이라기 보다는 다른 예산중에서 '자투리 예산'을 떼어내 지원하면서 생색내기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 각 쪽방상담센터의 반응이다.

Joins 사이버 리포트 테마취재팀 <bluejim@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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