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폭락해 하루에 재산 4조원 날린 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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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슬림

세계 최대 부호인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의 재산이 하루 새 4조원 줄었다. 보유 주식이 폭락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시간) “중남미 최대 통신업체인 아메리카모빌 주가가 10% 떨어지는 바람에 슬림 회장이 38억 달러(약 4조1000억원)를 날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아메리카모빌은 “주력 시장인 멕시코의 경제가 더디게 성장하고 있어 지난해 4분기와 올 1월 음성통화 매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멕시코에서의 매출이 전 분기보다 3.8% 감소했다.

이 같은 발표가 나자 멕시코시티 주식시장에서 아메리카모빌 주가는 전날보다 10% 곤두박질쳐 14.17페소(약 1200원)가 됐다. 시가총액 1위인 아메리카모빌이 폭락하면서 멕시코 주가지수도 이날 1.7% 하락했다.

 하루 만에 4조원을 날렸지만 슬림 회장은 여전히 세계 최대 부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주식 가치 감소까지 고려한 슬림 회장의 재산은 742억 달러다.

2위 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663억 달러)보다 79억 달러 많다. 미국 금융회사 슈티펠 니콜라스 앤 컴퍼니의 크리스토퍼 킹 애널리스트는 “(13일 잃은 재산은) 슬림 회장 입장에선 새 발의 피(a drop in the bucket) 수준”이라고 평했다.

 이날 손실로 슬림 회장은 블룸버그가 꼽은 100대 부호 중 올 들어 둘째로 재산이 많이 줄어든 인물이 됐다. 그의 재산은 지난해 말 대비 9억8000만 달러 감소했다. 가장 재산 손실이 많은 인물은 칠레 구리 광산업체 안토파가스타의 여성 소유주인 이리스 폰트보나였다. 23억 달러 감소해 183억 달러가 됐다. 그는 2005년 남편이 사망하면서 상속을 받아 세계 부호 반열에 올랐다.

 대부분 부호들은 미국·유럽 주식시장 강세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재산이 늘었다. 증가액 1위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가 기록했다. 재산이 전년 말보다 63억 달러 늘어 492억 달러에 이르렀다.

미국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는 각각 48억 달러와 35억 달러를 불렸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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