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의 비장 찾아|33미터 수심을 산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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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강자기 추위가 닥친다. 온몸이 으시시하다. 척추가 시리다. 수심계는 1백10피트 (33.33m)로 깊숙이 내려가 있다. 섭씨14도. 그만한 깊이에서 한기 산책을 한다. 몸에 무엇이 쿡쿡와닿는다. 오싹한 긴장 수중총은 어느새 그쪽으로 겨냥되어있다. 하지만 마스크 안의 얼굴은 무안해진다. 현란한 바윗덩어리의 손짓이 아닌가?
자연이 채색한 바다의 벽화들. 여기는 조물주의 미술관. 지상에서 인간의 손으로 그려진 그 추상화들은 얼마나 쑥스러운 흉내인가? 수중폐(등에 지고있는 아구아 ·란구는 피곤해한다.「경계시간」이 지나는 줄도 모르게 이 심해의 명화들에 도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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