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억 횡령 혐의 최규선 소환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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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검찰이 수백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에너지개발회사 유아이에너지 대표 최규선(53·사진)씨를 13일 소환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김한수)는 이날 오전 최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를 벌였다. 최씨는 이라크 쿠르드 지역 유전공사 등 에너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 돈 3000만 달러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우리 돈 326억여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검찰은 이날 최씨를 상대로 유전사업 수주 과정과 계약 내용 등을 캐물었다. 또 회사 돈을 마음대로 빌려 개인 용도로 쓴 사실이 있는지도 추궁했다. 앞서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유상증자를 앞두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유아이에너지와 최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라크 바지안 광구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돼 예상 수익이 900억원에 달한다’는 소문을 내 투자자를 모집했으나 실제 에너지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아이에너지는 지난해 9월 상장폐지됐다. 증선위 고발장에는 최씨가 해외에서 이동식발전기(PPS) 매출채권 715만 달러를 회수한 것처럼 법인 통장을 위조한 혐의도 포함됐다. 유아이에너지 소액주주들은 이와 별개로 사업보고서 허위공시와 회사자금 횡령, 분식회계 등 혐의로 지난해 8월 최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최씨는 이날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로부터 돈을 빌렸을 뿐이며, 지난해 모두 갚았다. 천연가스 매장 정보도 믿을 만한 것이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최씨가 횡령한 돈으로 비자금을 마련해 정·관계 로비에 사용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최씨는 미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정·관계 고위 인사들과 폭넓은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 국제적 ‘마당발’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권노갑 전 의원의 비서 생활을 하며 국내 유력 인사들을 두루 알고 지냈고, 미국 유학생활 중에는 고(故) 마이클 잭슨 등 미국 내 유명인사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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