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그들의 '보고서' 소신인가… 그들의 '의사결정' 맹종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 "매수 … 매수 …" 애널리스트, 영업 지원용?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기업분석 보고서가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라는 '매수'의견 일색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정보분석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주간 발표된 국내 증권사의 보고서 447건 중 투자의견이 '매수'인 보고서는 476건으로 전체의 84%에 달했다. 중립은 70건(15.6%)이었고, 매도의견을 낸 보고서는 1건(삼성증권의 케이피케미칼) 뿐이었다.

매도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는 올 들어 지금까지 나온 것을 모두 합해도 삼성증권(케이피케미칼.코오롱), 세종증권(지식발전소.네오위즈) 등 4건에 불과하다.

물론 최근엔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애널리스트들이 대부분의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가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의 분석보고서가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영업에서 지원수단으로 쓰이는 만큼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 힘들다"며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한 국내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로서 분석 대상 기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하므로 웬만해선 '매도'의견을 내지 않는다"며 "정말 팔아야 된다고 판단될 때엔 이런 문제들을 고려해 '보유'나 '중립'정도로 완화해서 의견을 제시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윤혜신 기자

*** "찬성 … 찬성 …" 사외이사들, 거수기 논란

국내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관 투자자들도 자신들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비율이 1%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증권선물거래소가 지난해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사외이사 표결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모두 2536건의 이사회 의결에 참여해 5건(0.2%)에 대해서만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반대한 적이 있는 기업은 국민은행(3건)과 LG전자(2건)뿐이다. 삼성전자.포스코.한국전력.현대차.SK텔레콤.LG필립스LCD.KT.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가 반대한 안건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에 이견을 조정하기 때문에 반대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경영진이 선호하는 인물 위주로 사외이사를 뽑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들어 지난 2일까지 열린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가들은 2150건의 안건 중 단 6건(0.28%)에 대해서만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찬성 비율은 98.8%에 달해 지난해(95.1%)보다 더 높았다. 나머지는 찬.반을 밝히지 않은 경우다. 반대 의견을 낸 기관투자자는 주로 푸르덴셜운용.프랭클린템플턴운용 등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었고, 이사들의 보수 한도 조정에 대한 반대가 많았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