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전력분석] B조-스페인

중앙일보

입력

스페인은 78년 아르헨티나대회부터 7회 연속 본선진출에 빛나는 전통의 강호다.

국내 리그에서 이적료 세계 1, 2위를 기록한 지네딘 지단과 루이스 피구(이상레알 마드리드), 히바우두(바르셀로나)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활약하는 현대 축구의 메카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10차례 월드컵 본선에 올라 매번 우승후보 내지 다크호스로 꼽혔지만 정작 월드컵을 품어보지는 못했다.

유럽선수권(64년), 올림픽(92년)을 제패했지만 50년 브라질대회 4강이 최고성적일 뿐 월드컵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가깝게 '98프랑스월드컵에서는 나이지리아, 파라과이, 불가리아와 함께 D조에 속해 희망을 품었지만 나이지리아에 3-2로 역전패하는 부진 끝에 1승1무1패로 2라운드에도 오르지 못하는 치욕을 당했다.

하지만 스페인은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46)이 프랑스월드컵 직후 지휘봉을 잡으면서 급격한 변화의 움직임을 타기 시작했다.

카마초 감독은 4-4-2 전형을 공고히 한 채 힘을 바탕으로 한 전통의 유럽 스타일에 남미축구의 기술을 가미하는 한편 노장 이에로가 버틴 수비진을 재신임하면서도 공격진을 대폭 물갈이했다.

골이 깊은 지역감정이 남아있어 스페인 도약의 걸림돌이지만 골잡이 라울 곤살레스(24.레알 마드리드)와 허리의 멘디에타, 엔리케가 든든히 버티고 있는 공격진은 아르헨티나 못지 않은 역대 최강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스페인의 전술과 기본 포메이션
현재 스페인 대표팀의 라인업은 88년 선수생활을 접고 에스파뇰, 세비야, 레알마드리드 등에서 지도자 수업을 쌓은 뒤 '98프랑스대회 직후 사령탑에 오른 카마초감독이 세대교체를 통해 이뤄낸 `신구 조화'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카마초 감독은 4-4-2 전형을 기본 포메이션으로 하고 있다.

좌우측 미드필더가 깊숙히 포진돼 측면돌파로 공격의 물꼬를 트고 중앙에 배치된 투톱에게 공격을 연결하며 2명의 중앙 미드필더는 다소 처진 위치에서 2선 공격과 수비에 동시에 가담하는 형태다.

특히 스페인의 공격은 힘을 앞세운 정통 유럽축구에 브라질 등 남미 선수들이 흔히 구사하는 짧은 패스에 의한 중앙돌파를 접목, 색다른 스페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수비는 `ㅡ자' 포백(4백)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오프사이드 트랩과 커버플레이를 적절히 섞어 상대의 예봉을 무력화 시킨다.

이처럼 남미와 유럽 스타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스페인의 `퓨전사커'는 이번 2002월드컵 유럽예선에서 가공할 위력으로 예선 8경기에서 무려 21골을 뽑았고 실점은 단 4골에 그쳤다.

이들중 신세대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20. 레알 마드리드)는 180㎝, 75㎏로 다소 왜소하지만 순발력과 과감성, 판단력 등 모든 것을 갖췄는데 예선 5경기에서 2골만 내주는 철벽 수비를 펼쳤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필드의 해결사' 곤살레스를 빼놓고 현재의 스페인 축구를 설명하기 힘들다.

지난 94년 당시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우며 스페인 1부리그에 뛰어든 곤살레스는 2년뒤인 19세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국가대표에 발탁되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곤살레스는 프로데뷔 첫 해에 19골을 몰아넣더니 25골을 몰아넣은 '98-'99시즌부터 2년연속 득점왕에 올라 해결사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혔다.

특히 프로데뷔 6시즌 반만이던 지난 2월5일 자신의 통산 113골을 터뜨리며 오사수나 지간다가 프로생활 14시즌동안 세운 개인 최다골(112골)을 갈아치워 스페인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득점 기회를 거의 놓치지 않는 곤살레스는 정교한 볼 컨트롤과 빠른 몸놀림, 어느 각도에서나 골을 성공시키는 슈팅력 등 골잡이로서 손색이 없다.

▲월드컵 지역예선 성적
스페인은 이같은 전력을 앞세워 이번 월드컵 유럽지역예선에서 그 어느 팀보다 손쉽게 본선행을 일궈냈다.

유럽의 전통 강호들을 모두 피해 보스니아, 이스라엘,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등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팀들과 예선에서 한 조를 이룬 덕에 2경기 무승부를 뺀 나머지 6경기에서 모두 승리해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올 해 모두 9차례 A매치에서 7승1무1패로 80%가 넘는 승률을 기록중이다.

한편 스페인은 90년 이탈리아대회와 94년 미국대회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해 1승1무를 기록했고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에서도 B조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스페인은 어떤 나라
인구= 3천996만명
면적= 50만4,788㎢
공용어= 스페인어
1인당 국내총생산= 1만7,300달러
FIFA랭킹= 7위
(서울=연합뉴스) 김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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