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실험 후 “위성발사 권리 인정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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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식 인정하는 핵무기 보유국은 미국·영국·러시아·중국·프랑스 등 5개 나라다. 5개국은 핵무기 보유의 기득권을 공인받았다. 모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핵 보유를 공식적으로 허용받지 못한 나라들도 비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그중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화돼 핵 보유국 대접을 받고 있다. 인도·파키스탄의 경우 5~6차례의 실험을 거친 뒤에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았다. 이들은 NPT(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다. 북한과 이란이 이들 국가 다음으로 핵무기 보유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꼽힌다.

 북한 외무성은 12일 핵실험 후 담화에서 “우리의 핵 억제력은 이미 지구상 그 어느 곳에 있든 침략의 본거지를 정밀타격하여 일거에 소멸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적대세력들이 떠드는 선박검색이요 해상봉쇄요 하는 것들은 곧바로 전쟁행위로 간주될 것”이라며 “우리의 무자비한 보복타격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북한의 위성발사 권리를 인정해 완화와 안정의 국면을 열지 않으면 대북적대정책으로 정세폭발로 갈지 양자택일하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얘기다.

 김정은이 핵에 몰두하는 건 핵무기 보유가 체제안정을 보장한다는 북한 지도자들의 오랜 믿음 때문으로 분석된다. 핵 보유국임을 주장하며 미국과 담판을 시도할 경우 협상 지위가 이전보다 한층 격상될 것이란 게 북한의 계산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은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올해를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호기로 보고 밀어붙이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비핵화 정책을 고수해 온 한국에 대해서도 대량살상무기(WMD)를 내세워 단번에 우위에 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영종 기자

◆ 6~7㏏= 3차 핵실험의 위력을 나타내는 강도. 1차(800t)와 2차(2~6㏏) 때보다 세졌다.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핵폭탄 위력(16㏏)의 절반 수준. 수소 폭발을 이용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증폭 핵분열탄의 위력에는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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