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홀] 개봉영화들 기 싸움…관객과 약속은 뒷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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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극장가가 시끄럽다. 보다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또 유료 시사회란 명목의 변칙 개봉도 이뤄지고 있다.

소동의 중심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있다. 우선 14일 개봉 예정이었던 '화산고'가 지난 8일 극장가에 선보였다. 일부 언론에서 '해리 포터'와 '화산고'의 정면 대결을 크게 보도했으나 '해리 포터'의 폭발력을 의식한 '화산고'측이 부랴부랴 개봉일을 앞당겼다.

올 조폭영화 열풍의 막차를 탄 '두사부일체'는 유료 시사회란 독특한 전략을 내세웠다. '두사부일체'도 '해리 포터'와 같은 날인 14일 개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열린 시사회에서 기대밖의 반응이 나오자 8일부터 메가박스.CGV 등 전국 20여 스크린에서 시사회란 이름으로 '부분 개봉'을 강행했다.

일반 개봉과 전혀 다를 바가 없이 관람료 7천원을 받았다.'해리 포터''화산고'와의 기싸움에서 뒤질 수 없다는 입장은 이해되나 14일 개봉한다는 관객과의 약속은 증발됐다.

외국의 '작은' 영화를 수입해 8일 개봉한 회사들은 "한국영화가 잘 되는 것은 좋지만 '두사부일체'의 행동이 너무 얄밉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해리 포터'와 함께 올 연말 할리우드의 빅카드로 꼽히는 '반지의 제왕' 국내 개봉일도 28일에서 내년 1월 4일로 연기됐다. '반지의 제왕'의 배급사는 '화산고'와 같은 시네마서비스. '화산고'의 반응이 양호하자 '반지의 제왕' 개봉일을 순연시켰다. 흥행이란 지상명제 앞에서 '28일'이란 공약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영화가 각각 1백50~2백여개의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 전국 스크린의 70~80%를 차지한 셈이다. 극장 확보도 중요하지만 관객을 그토록 무시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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