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경력…훈장 6개 비롯 '명사수' 상까지 받아

미주중앙

입력

빅베어 인근서 차량 발견
산속에 은신 가능성 수색

연쇄 살인극을 벌이고 있는 크리스토퍼 도너(33·사진)는 범행 전 인터넷에 원한을 갖고 있는 인물 리스트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LAPD에 따르면 도너는 자칭 성명서를 통해 "LAPD에서 해고될 때 난 이미 죽었다"고 밝힐 정도로 깊은 원한을 드러냈다.

도너는 해군 장교 출신으로 중동 파병 등 많은 군 경험을 갖고 있어 경찰은 비상사태에 돌입하는 한편 샌디에이고부터 160마일에 달하는 구간내 저인망식(dragnet) 추적을 벌이고 있다.

▶용의자는=남가주 일대 경찰들이 초비상 경계에 돌입한 이유는 도너의 위험성 때문이다.

그는 무공훈장을 수차례 받은 해군 장교출신의 전직 경찰이다. 키 6피트 몸무게 270파운드의 거구에 사격상을 수상한 명사수다. 한마디로 그는 걸어다니는 무기인 셈이다.

해군에 따르면 도너는 2002년 7월3일 입대 후 4년 만에 대위로 진급했다. 샌디에이고에 주로 주둔했고 중동 바레인에도 파병돼 6개월간 복무했다. 국방종군기장 이라크종군기장을 비롯해 6개 훈장을 달았고 소총.권총 사격기장까지 받았다. 8년 전인 2005년 2월7일 LAPD 경관이 됐으나 상관에 대한 거짓 진술을 했다는 이유로 3년 만인 2008년 9월4일 해고됐다.

▶동기=LAPD는 이 해고건이 범행 동기로 보고 있다. 2007년 4월 도너는 자신의 수습훈련 상관이었던 테레사 에반스 서전트가 용의자를 걷어차는 등 공권력을 남용했다고 고발했다. 그러나 고발건을 심의한 LAPD 인권위원회는 증거가 없다면서 오히려 도너가 수습 평가에서 낙제점을 준 에반스에 불만을 품었다고 판단 해고를 결정했다. 이후 도너는 2010년과 2011년 각각 법원에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마저도 모두 기각됐다.

4일 도너는 인터넷에 올린 11장에 달하는 성명서에서 "LAPD 경관은 내 인생의 전부였다"며 "LAPD에서 해고될 때 난 이미 죽었다. 이젠 죽어도 상관없다"고 뿌리깊은 원한을 드러냈다. 이 성명서에는 도너가 앙심을 품은 LAPD 안팎의 인물 명단이 올라있다.

경찰은 도너가 해고 4년이 지난 후에야 범행을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사건 개요 및 수색=사건은 지난 3일 밤부터 시작됐다.

이날 오후 9시10분쯤 어바인시 주차장 차안에서 모니카 콴(28.여)씨와 약혼자 키스 로렌스(27)씨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용의자로 도너를 지목한 배경은 숨진 콴씨의 아버지와 도너와의 관계 때문이다. 콴씨의 아버지 랜디 콴씨는 LAPD 전직 캡틴으로 도너의 해고건 변호를 맡았다.

도너는 인터넷 성명서에서 콴 전 캡틴을 향해 "당신 때문에 내가 해고됐다. 난 가족을 꾸릴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그래서) 당신 가족을 없애겠다"고 썼다.

도너의 폭주는 7일 새벽부터 시작됐다. 오전 1시20분쯤 코로나 지역에서 LAPD 경관 2명을 향해 총을 쏘며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경관 1명이 부상을 입었다.달아나던 도너는 20분 쯤 뒤 인근 도로에서 리버사이드 소속 순찰차량과 마주치자 다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경관 1명이 숨졌고 다른 경관도 중상을 입었다.

LAPD는 도너의 차량과 유사한 차를 몰던 신문배달부 2명에게 오인사격을 가하기도 했다.

2건의 경관 피격으로 남가주 전역에 경계령이 내려지면서 경찰의 대규모 추적이 시작됐다.

7일 오후 도너의 차량은 빅베어 인근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산속으로 숨어들었을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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