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인데 … 중·고생 사교육비 되레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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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해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부담은 전년에 비해 줄어든 반면 중·고생의 부담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교육과학기술부·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사교육비·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 학생이 지출한 사교육비는 월평균 21만9000원이었다. 2011년(24만1000원)에 비해 9.1% 줄었다. 반면 중학생(월 27만6000원)과 고교생(22만4000원)의 사교육비 부담은 전년에 비해 각각 5.3%, 2.8% 늘었다.

 조사 결과 지난해 전체 사교육비 규모는 총 19조원이었다. 조사가 시작된 2007년(20조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 23만6000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했던 2009년(24만2000원)보다 6000원(2.5%) 줄었다. 물가 변동을 반영하면 3년 새 3만4000원(13.5%) 줄었다는 게 교과부의 분석이다.

 초등학교와 중·고교의 사교육비 증감 추이가 엇갈린 데 대해 교과부는 “방과후 학교의 활성화 여부 때문”으로 풀이했다. 신익현 교과부 교육기반통계국장은 “초등학교에선 예체능 등 특기적성 위주의 방과후 학교가 활발해지면서 학원·과외로 향했던 사교육 수요가 학교로 흡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등학생의 방과후 학교 참여율은 52.6%로 전년도에 비해 2.2%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중·고교에선 효과가 미흡하다는 게 교과부 판단이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중 입시와 직결되는 국어·수학 등 교과목 강의의 중·고생 참여율은 전년에 비해 4~8%포인트 줄었다. 신 국장은 “전년에 비해 5~6% 오른 학원 수강료도 중·고생의 사교육비 부담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서울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31만2200원)는 읍·면 거주 학생(15만원)의 두 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1만3000원 정도 격차가 줄었다. 최수진 교육통계과장은 “사교육비 감소 비율이 높은 시·도는 방과후 학교 참여율이 높고 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교과부의 ‘사교육비 감소’ 발표에 대해 교육단체와 전문가들은 “속단하기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송인수 공동대표는 “초등학교의 사교육비 증가세가 꺾인 것은 긍정적이나 중·고교의 수학·영어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학생의 수학·영어 사교육비는 각각 월 10만8000원, 10만4000원이었다. 2년 전(2010년)보다 각각 20%, 14% 늘었다.

 송 대표는 “MB정부가 자율형 사립고를 늘리자 중학교에서 성적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영어·수학 사교육비는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도 현 정부 출범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성기선(교육학) 교수는 “사교육비 감소가 뚜렷한 추세라고 보기엔 아직 폭이 작다”며 “경제 불안으로 지갑이 얇아진 학부모들이 일시적으로 지출을 꺼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통계청 조사는 학부모가 내는 방과후 학교 비용, 방과후 학교를 지원하는 정부 예산, 학생의 EBS 교재 구입비 등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학생 1인당 방과후 학교 수강료는 월평균 1만3000원 수준이다. 성균관대 양정호(교육학) 교수는 “사교육을 대체하기 위한 방과후 학교나 EBS 강의도 학부모의 비용 부담을 유발하는 만큼 집계에 포함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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