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중국 경제 대장정] 중국인 직원 국영업체서 빼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찍부터 둥관이나 샤먼(廈門)등 중국개방도시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요즘 가장 골머리를 앓는 게 '철새들의 이동'이다.

외국기업간의 은어인 이 말은 3~7년쯤 경력을 쌓은 중국인 직원들의 국영기업행을 일컫는다. 외국기업이 본사연수까지 시켜가며 가르쳐 이제 좀 일할만하다 싶으면 중국 국영기업이 고액 연봉 등을 미끼로 쏙쏙 빼내간다는 것이다.

중국진출 13년째라는 한 섬유업체 사장은 "스스로 인재를 키울 시간과 실력이 없다는 이유로 남이 키워놓은 사람을 빼내가는 통에 중국인 직원을 쓰기가 겁난다"며 "그러나 중국인을 고용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정도 된 외국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국영기업과 합작한 한 한국기업은 최근 중국측 경영진이 "한국서 온 직원의 봉급.처우를 중국인과 똑같이 하라"고 요구해 곤욕을 치루고 있다.

중국인 직원과의 똑같이 대우하려면 봉급을 10분지1로 줄여야 할 판이다. 그래서는 한국사람을 쓸 수 없다고 사정을 설명해도 막무가내다. 중국 경영진들은 이미 기술도 다 배운만큼 아쉬울 게 없다며 "그렇지 않으면 당장 돌려보내라"고 배짱을 부린다는 것이다.

레저용품 제조업체인 A사처럼 중국기업의 '베끼기'에 당하는 경우도 흔하다.8년전 중국 진출 당시 이 회사의 기술은 중국에서 보면 '첨단'이었다. 그러나 곧 중국회사들이 A사의 제품을 그대로 복제하며 따라붙었다.

최근 몇년동안 A사는 중국내 입찰경쟁에서 번번히 쓴 잔을 마셔야 했다. A사의 기술을 베낀 중국업체들끼리 가격경쟁이 붙어 A사의 절반가격에 낙찰가를 써내는 회사가 많아진 탓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