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통사고 잦은 19곳 손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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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4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범어네거리 우회전 차로. 왕복 10차로의 동대구로에서 우회전해 수성구청 쪽으로 가는 차들이 줄지어 달린다. 길이가 140m인 우회전 차로 중간에 횡단보도가 있지만 사람들이 쉽게 건너지 못한다. 신호등이 없기 때문이다. 이종욱(45)씨는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데다 사람을 발견해도 서지 않는다”며 “길 건너기가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곳뿐 아니라 범어네거리의 나머지 우회전 차로 세 곳도 사정이 비슷하다. 범어네거리에서는 2011년 모두 3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대구시가 이처럼 교통사고가 잦은 곳을 고치는 작업에 나선다. 시는 올해 15억9200만원을 들여 교차로 등 사고 다발지역 19곳을 정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곳이 범어네거리다. 이곳에서 2011년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대구 지역에서 가장 많다. 문제점으로 차로의 구조가 꼽힌다. 우회전 차로 네 곳의 폭이 8∼9m에 이르고 길이도 100m가 넘어 과속하는 차량이 많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도로여서 앞서 가던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추돌하거나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치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시는 범어네거리를 건너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도로 가에 교통섬을 설치하고 우회전 차로를 확보했지만 이번엔 과속이 문제로 등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수성구청은 오는 6월 말까지 우회전 차로를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폭을 4.5∼5m로 축소하고 노선도 구불구불하게 만든다. 나머지 도로에는 울퉁불퉁한 형태로 돌을 깐다. ‘감속 도로’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구청 측은 설계가 끝나는 4월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성구청 김문수 주무관은 “현재 평균 시속 60㎞인 차들의 속도가 30㎞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 평리동의 신평리네거리도 정비한다. 이곳은 네거리의 중앙 부분이 높고 동서남북 방향의 도로가 모두 낮은 구조로 돼 있다. 특히 남북 간 도로인 서대구로의 경우 오르막과 내리막 구간이 반복돼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시는 신호등을 잘 보이는 곳에 세우고 과속을 막을 무인단속기도 설치한다. 중구의 경우 동인동 종각네거리와 남일동 중앙네거리 등 4곳을 고친다. 직진 차량을 위한 신호등이 교차로 건너편에 설치돼 신호가 바뀌어도 그대로 주행하는 차량이 적지 않다. 교차로에 이르기 전에 신호등을 설치해 신호위반 차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종각네거리에는 차량 추돌과 충돌 교통사고가 28건 발생했다.

 개선안은 대구지방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가 2011년 교통사고 건수를 분석하고 대구시와 협의를 거쳐 마련했다.

 시민 교통안전 의식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도로 구조에도 문제가 있지만 과속 탓에 일어난 사고가 더 많다는 것이다. 대구시 박석순 교통개선담당은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거나 신호를 위반해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시민의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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