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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싣고 달렸다 고속도로 40년 교통량 200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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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970년 7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됐다. 이듬해인 71년 한 해 경부고속도로 전체 교통량은 470여만 대였다. 40년이 지난 2011년 고속도로는 31개 노선으로 늘어났고 교통량도 한 해 9억6250만여 대로 급성장했다. 이런 고속도로 40년 세월엔 한국의 사회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앙일보 탐사팀은 KAIST 이원재(사회학) 교수팀, 국가수리과학원 권오규(통계물리학) 박사와 함께 71년부터 40년간의 고속도로 교통량 빅데이터(Big Data)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정치권 부침의 시기와 맞물려 영남 속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 지역 간 교통량 패권 다툼이 뚜렷했다. 경부고속도로 개통 후 2001년까지 30년 동안 TK 지역이 PK를 압도했다. 이 기간 총 교통량은 TK 지역이 총 5억8200만 대, PK 지역이 3억2900만 대였다. 2002년에야 PK 지역이 한 해 1억3200만 대의 교통량을 기록하며 TK를 역전했다.

 지난 40년간 고속도로 교통량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지만 경제 고비마다 주춤하기도 했다. 제1차(74년), 제2차(80년) 석유파동 때와 외환위기(98년) 때는 전해보다 교통량이 감소했다.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승용차가 화물차보다 많다. 그러나 72년부터 85년까지 14년간은 고속도로에 화물차가 훨씬 많이 다녔다. 경제 부흥의 발이 되어 전국을 누빈 것이다.

 2004년 주5일제 도입 이후 한국 사회가 주말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지도 교통량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98년부터 분석된 평일 대비 토요일 교통 차량수 비중을 보면 주5일제 도입 초기인 2004년부터 주말에 고속도로를 통해 나가는 승용차가 평일 대비 3년 연속 늘었다. 그러나 2007년 한 차례 감소한 뒤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가 2010년 11월 말 발생한 구제역을 기점으로 평일 대비 주말 나들이 차량 비율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평일 대비 주말 교통량은 최근까지 크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명절 교통량 분석에선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사회에서 고향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귀성행렬이 줄고 있는 것이다. 이는 추석 기간의 차량 한 대당 일일 평균 이동거리를 연도별로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이동거리는 88년 112㎞에서 89년 한 차례 115㎞로 늘어난 이후 계속 줄고 있다. 특히 95년 100㎞ 아래(84㎞)로 이동거리가 줄었으며 외환위기 때인 98년엔 58㎞까지 추락했다. 이후 2003년 68㎞까지 회복됐던 추석 이동거리는 2011년 65㎞로 떨어졌다.

 국가수리과학원 권오규 박사는 “귀성 이동거리가 줄었다는 건 먼 거리 귀성을 중심으로 교통량이 줄었다는 얘기”라며 “경제위기로 생활이 궁핍해지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사람들이 명절에 고향 찾는 것마저 포기한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고속도로는 지역 화합도 이끌었다. 25년 전 가장 교류가 적었던 지역은 전남~경남이었으나 2011년 전남은 인근 전북·충남 다음으로 경남과의 교통량이 많아졌다.

탐사팀=최준호·고성표·박민제 기자, 김보경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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