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크레이지/뷰티풀

중앙일보

입력

12월 8일 모처럼 하이틴 멜로영화 한편이 관객을 찾는다.

'크레이지/뷰티풀'은 `미친(Crazy)' 부잣집 문제아와 `아름다운(Beautiful)'빈민가 모범생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 인종과 신분의 장벽을 뛰어넘는 러브 스토리가 흔히 택하는 진부한 공식에서 벗어나 있어 적당한 긴장감과 훈훈한 감동을 안겨준다.

니콜은 하원의원을 아버지로 둔 베벌리 힐스의 부잣집 딸이다. 12살 때 어머니가 자살한 뒤 방탕의 늪에 빠져 술과 마약을 일삼고 사사건건 아버지와 새어머니와부딪친다.

그와 함께 퍼시픽고교에 다니는 칼로스는 LA 외곽 빈민가에서 두 시간씩 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히스패닉계 미소년. 그 역시 5살 때 아버지가 멕시코로 가버려 편모슬하에서 자라났지만 공부에도 열심이고 미식축구 솜씨도 빼어난 전도 유망한 학생이다.

칼로스는 봉사명령에 따라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쓰레기를 줍던 니콜과 우연히 마주친 뒤 차츰 가까워진다. 나이트클럽에서 몸을 흔든 뒤 으슥한 골목길에서 입맞춤도 해보고 니콜 방에서 알몸으로 뒹굴기도 한다.

양가에서는 당연히 이들의 만남을 반대한다. 칼로스의 어머니와 형은 집안의 희망인 그가 백인 여자에 빠져 공부를 소홀히하자 정신을 차릴 것을 요구한다. 니콜의 아버지는 해군사관학교 입학 추천서를 부탁하러온 칼로스에게 장래를 생각한다면 니콜을 만나지 말라고 당부한다.

뒤에 전개될 이야기는 물론 우여곡절을 겪다가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이지만 칼로스의 파격적인 행동과 니콜 아버지의 시원스런 태도가 관객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배우 출신의 존 스톡웰 감독은 청춘 멜로물과 성장 영화라는 두 요소를 솜씨좋게 배합해 10대들의 진솔한 감정을 무난하게 담아냈다. 전편에 흐르는 음악도 인상적이다.

니콜 역의 커스틴 던스트는 사실적인 연기를 펼쳤지만 청춘 관객들의 환호를 불러일으킬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고, 칼로스로 등장한 제이 헤르난데즈는 지적인 외모와 부드러운 미소를 갖추고도 밋밋한 연기에 그쳤다. (서울=연합) 이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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