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예수의 마지막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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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드라이버''분노의 주먹'등 숱한 명작으로 미국 현대영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마틴 스코시즈(48) 감독의 문제작 '예수의 마지막 유혹'(1988년) 이 8일 개봉된다.

1998년 상영을 추진하던 중 기독교 단체의 거센 반발로 극장에 걸지 못했다가 3년만에 다시 개봉을 결정한 것.영화를 수입한 코리아준의 정준교 대표는 "영화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3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영화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을 것"이라며 이번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예수의 마지막 유혹'은 그리스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1885∼1957) 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것.수입사측은 3년 전 기독교인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이 영화는 허구다. 신성을 왜곡하거나 모독할 의도가 없다. 특정 종교를 비하하려는 뜻이 없다"는 내용의 자막을 집어넣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예수의 마지막 유혹'은 보는 이에 따라 파격적일 수 있다. 인간을 구원해야 할 예수(윌리엄 대포) 가 막달레나 마리아(바바라 허쉬) 와 관계해 자녀들을 키우고, 예수가 자기들을 배신했다며 가롯 유다(하비 케이텔) 가 예수에게 달려드는 등 기독교 가치관에 배치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코시즈 감독은 이런 선정적 부분에 결코 무게를 싣지 않는다.영화는 오히려 예수의 인간적 고뇌, 즉 '사람의 아들'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을 극대화하고 있다. 하느님에 의해 선택된 구원자로서의 예수와 인간의 몸을 갖고 태어난 보통 사람으로서의 예수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부각하는 것이다.

엄격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영화 감독이 되기 전 한때 신부가 될 것을 꿈꾸었던 스코시즈의 종교적 관심이 감지된다. 스코시즈는 이 영화 이외에도 달라이 라마의 생애를 그린 '쿤둔'(97년) 을 연출하기도 했다.

'예수의 마지막 유혹'의 전반부는 다소 느슨한 편.목수 출신인 예수가 로마인들을 위해 십자가를 만든다는 초반 설정이 색다를 뿐 나머지는 성경의 내용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라간다.

이스라엘의 독립을 위해선 무력이 필요하다고 강변하는 유다의 제의를 뿌리치고 광야에서 숱한 유혹을 이겨낸 예수가 속세로 들어와 장님의 눈을 뜨게 하고, 창녀 막달라 마리아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을 가로막고, 결혼식을 하는 집의 포도주가 떨어지자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등.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형에 처한 예수가 그의 수호천사를 자칭하며 나타난 소녀의 제안에 따라 신의 얼굴을 버리고 인간으로 하강하는 장면.

천사의 말을 사실대로 믿은 예수가 막달레나 마리아와 결혼해 아이를 낳는다. 특히 사망한 예수의 부활을 널리 알리며 복음을 전파하는 사도 바울 앞에 선 예수가 "당신이 죽은 예수를 보았느냐.내가 예수다.거짓말을 계속하면 폭로하겠다"고 따지는 대목에선 긴장감이 배가된다.

특히 예수의 행복한 가정생활과 그 이전에 마리아를 원하면서도 육체적으로 다가서지 목했던 예수의 '소심함'을 대비해서 보면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또 감독은 막바지 장면에선 결국 인간의 고통을 대신해 눈을 감는 예수를 보여줌으로써 사랑을 제1 덕목으로 삼는 기독교 교리와도 어느 정도 손을 잡는다. 파격을 위한 파격이 아닌 사랑을 위한 파격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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