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잉글랜드·아르헨 '천적대결'

중앙일보

입력

'모국을 울려야 할 운명에 사제간 대결까지'.

2002 한.일 월드컵 본선 대진표가 지난 1일 확정됨에 따라 갖가지 기연을 안고 격돌하게 될 팀과 감독의 이야기가 화제다.

◇ 팀

가장 많은 화제를 낳고 있는 팀은 '죽음의 F조'에 배정된 잉글랜드다.

1982년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전쟁을 치렀던 잉글랜드는 86년 멕시코 월드컵과 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이어 또 아르헨티나와 만났다.

86년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가 손으로 쳐넣은 골, 소위 '신의 손' 사건으로 1-2로 진 바 있다. 98년에는 8강전에서 마이클 오언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데이비드 베컴이 후반 퇴장당한 뒤 동점골을 허용한 끝에 승부차기에서 무릎을 꿇었다. 과연 이번에는 우승후보 1순위인 아르헨티나에 설욕할 수 있을까.

B조의 스페인과 파라과이도 98년 맺었던 악연이 또 이어지게 됐다. 당시 '죽음의 조'로 불렸던 D조에 속했던 두 팀은 0-0 무승부를 기록한 뒤 파라과이는 1승2무로 조 2위가 되고, 톱시드였던 스페인은 1승1무1패로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 감독

'월드컵 16강 청부업자' 보라 밀루티노비치 중국 감독은 내년 월드컵 때 제자와 한판을 벌이게 됐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코스타리카팀을 이끌었던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당시 선수였던 알렉산드레 보르헤스 귀마라에스 등을 데리고 16강에 진출했다. 그런데 귀마라에스가 이번엔 코스타리카 감독으로 출전, 중국과 같은 조에 속하게 된 것이다.

고국 동포들의 눈물을 봐야 16강에 오를 수 있는 운명의 주인공들도 있다. 고향팀 스웨덴과 함께 F조에 들어간 잉글랜드 대표팀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이 그렇다.

에릭손 감독은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 한 조를 이루는 바람에 나이지리아는 물론 스웨덴까지 꺾어야 16강 안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

에릭손 감독 부임 후 승승장구하며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잉글랜드는 90년 이후 벌어진 스웨덴과의 다섯 경기에서 3무2패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약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내년 월드컵 개막전에서 지난 대회 챔피언 프랑스의 파트너로 선택된 세네갈 브루스 메추 감독도 에릭손과 같은 운명이다. 메추 감독은 지난달 한국과의 전주 월드컵경기장 개장전 때 "프랑스에 일자리가 없어 아프리카에 진출했다"고 말한 프랑스 출신이다.

또 독일과 같은 조에 들어간 카메룬의 윈프레드 샤퍼 감독 역시 독일 출신으로 이번 조 추첨 직전에 카메룬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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