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우체국 주식펀드…1조 4,000억 환매 비상

중앙일보

입력

국내 대표적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정보통신부의 행보가 연말 장세에 큰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말 종합주가지수가 500선을 오르내리던 때 이들이 펀드에 넣어뒀던 자금 중 1조4천여억원의 만기가 12월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은 최근 만기가 돌아온 펀드에서 자금을 빼내 지수를 크게 떨어뜨리는가 하면 중.소형주 전용 펀드 등에 신규자금을 투입하기도 한다.

마이다스자산운용의 조재민 사장은 "줄기차게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이 최근 관망세로 돌아서자 기관의 매매 동향이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민연금.정통부 펀드의 규모가 워낙 크고, 블루칩 편입 비중이 50% 이상이어서 환매 금액이 많을 경우 주가가 크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자금 회수.투입 오락가락=국민연금은 지난 10월말 제일투신 등 4개 투신운용사에 투입했던 2천1백억원을 지난 27~28일 환매했다. 투신사들이 환매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팔자 주가는 이틀 연속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28일 현대.서울투신운용 등 중.소형주형 펀드를 운용할 투신사와 투자자문사에 9백억원을 넣었고, 지난주 초에도 마이다스에셋.KTB자산운용 등의 자산배분형 펀드에 1천2백억원을 투입했다.순수주식형 3천억원도 연말까지 증시에 풀릴 예정이다.

정통부는 지난달 중순 한화.한일.동원BNP투신운용 등에 맡겼던 우체국예금기금 3천억원을 환매하고 자금을 맡겼던 조흥투신운용 등에는 보유 주식을 채권으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정통부가 수익률 관리에 적극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환매 규모에 관심 집중=지난해 국민연금이 투입한 자금 가운데 이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모두 6천8백억원이다. 이중 3천8백억원은 지난 1일이 만기였고, 나머지 3천억원은 오는 21일이다.

정통부의 우체국예금 기금도 연말까지 8천억원이 만기를 맞는다.

투신권은 현재 이들 중 대부분이 환매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연말 정부의 증시 부양책에 따라 마지못해 투자에 나선 데다,연말 결산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 1일 만기를 맞은 일부 투신사 펀드에서 자금을 빼내겠다고 해당 회사에 통보하고 있다.

투신권에서는 국민연금이 자금을 재투자하더라도 수익률이 노출되는 투신사 펀드보다는 투자자문사 등의 일임형 펀드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투신운용 김영균 마케팅팀장은 "국민연금.정통부 펀드의 환매 규모가 커질 경우 대형주가 매물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며 "환매 부담이 작고 신규 자금까지 투입된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수급에서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tigerac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