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조 달러 시장’ 미·EU FTA 급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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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 경제를 하나로 묶는 범대서양 자유무역협정(TA-FTA)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이날 독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미국-EU의 동맹 관계는 우리의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며 “두 지역의 자유무역 협상이 손대면 닿을 거리(within our reach)에 왔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협상에서 긍정적인 신호들이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TA-FTA 협상은 그동안 10년 넘게 실무 협상이 진행됐지만 성과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최근 두 지역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협상이 잘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구체적인 일정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양측은 올해 본격 협상을 벌여 내년(2014년)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고 전했다.

 미국-EU FTA가 성사되면 세계 양대 시장이 하나로 통합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두 지역 국내총생산(GDP)은 33조2600억 달러(약 3경5500조원)에 이른다. 브릭스(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와 일본·한국·멕시코 등을 다 합쳐도 여기에 못 미친다.

 유럽국제정치경제연구소(ECIPE)의 보고서에 따르면 TA-FTA가 성사되면 미국과 EU의 GDP가 각각 1.33%와 0.47%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효과에도 협상에 별 진척이 없었던 것은 농산물과 섬유 부문에서 시각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 및 재정 위기로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협상에 탄력이 붙었다. 블룸버그는 “TA-FTA는 통화·재정 정책과 달리 부작용이 가장 적은 경제 활성화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비판도 제기될 전망이다. 양대 경제권이 FTA로 묶이면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간 자유무역 구상이 사실상 폐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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