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서실장 현역이냐 원외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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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당선인이 총리 인선보다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을 먼저 발표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긴급 회동에서 당측 인사들이 총리 후보자는 세밀한 검증이 필요한 만큼 청와대 인선 발표를 먼저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의 핵심 측근은 1일 “박 당선인이 이미 청와대 주요 보직 인선은 대략 결정을 한 것으로 안다. 다음 주 초엔 발표가 가능할 수도 있다”면서도 “총리와 청와대 어느 쪽 인선을 먼저 발표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수위 주변에선 대통령 비서실장이 발표되면 비서실장 내정자가 인사 검증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무총리, 여당 대표, 국정원장과 더불어 여권의 ‘빅4’로 꼽히는 권력 핵심이다. 박 당선인이 청와대의 힘을 빼고 장관들에게 힘을 실어줄 방침이라곤 하지만 대통령에게 힘이 집중돼 있는 권력 구조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의 정치적 비중은 여전히 클 수밖에 없다.

 비서실장 인선의 관전 포인트는 새누리당 현역 의원이냐 원외 인사냐다. 당내에서 고른다면 과거 박 당선인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최경환·진영·유정복 의원 중 한 명이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최 의원과 유 의원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각각 지식경제부 장관과 농림식품부 장관을 거쳤다. 판사 출신인 진 의원은 현재 인수위 부위원장 겸 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세 명 모두 비서실장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흔든다. 비서실장으로 가려면 관례상 의원직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외 인사가 발탁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계 관계자는 “박 당선인은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그림자 비서실장’을 원할 텐데 그러려면 아무래도 현역 의원보단 원외가 더 편하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1978년부터 박 당선인과 인연을 맺어온 최외출 영남대 교수가 1순위로 꼽힌다. 대선 때 캠프 기획조정특보를 맡았던 최 교수는 지난해 대선 때도 막후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 김지하 시인, 소설가 이외수씨 등과 접촉했다. 그러나 중앙 정치 무대 경험이 없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대선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3선 경력의 권영세 전 의원도 낙점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랫동안 박 당선인의 대변인 역할을 해왔던 이정현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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