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어제부터 1박2일간 워크숍을 열고 당의 노선과 계파 청산 문제에 대한 끝장토론을 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패배로부터 44일 만, 비상대책위 체제가 출범한 지 21일 만이다. 이제라도 당 밖에서 오가던 자성과 질책·진단·대안이 당 안으로 수렴되는 듯해 다행이다.
그간 논의를 통해 민주당의 진로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긴 하다. 우선 위기의식 자체다. “절체절명의 위기로 벼랑에 선 기분”이란 절박감은 문희상 비대위원장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게 됐다. “지하의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통곡한다”(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란 말까지 나온다.
이분법에서 벗어나자는 다짐도 있다. 민주당이 그간 지나치게 민주 대 반민주, 독재 대 반독재, 반미 대 친미 등 이분법 구도에 안주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국민 다수를 소외시킨 진영논리였다. 이념 정치에서 벗어나 생활 정치로 가자는 주장도, 선명 야당에서 대안 야당으로 가야 한다는 제안도 같은 맥락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에 취약하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이젠 이 같은 말을 행동에 옮길 때다. 그러기 위해서 민주당은 고질적인 계파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계파의 눈으로 보면 친노 책임론이니 계파 청산론이니 하는 게 죽고 사는 문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 국민의 눈으로 보면 대수롭지 않은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도 계속 싸운다면 공멸이다.
제대로 된 리더십도 만들어내야 한다.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연대란 명목으로 범야권 세력들을 끌어들이곤 했지만 복잡다기해져 가는 당내 세력들을 끌고 갈 리더십을 형성하진 못했다. 2003년 열린우리당 이래 당 대표가 21명이라니 5개월짜리 대표가 “개혁하자”고 외친들 누가 따르겠는가. 민주당도 지도자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
민주당이 명심할 건 대통령과 정부를 위해, 무엇보다 국민을 위해 진정 강력한 야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제·오늘의 말이 내일의 행동으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