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오피스텔 기준마련 시급

중앙일보

입력

요즘 오피스텔 분양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공급 과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분양현장의 분위기는 의외로 뜨겁다. 공급 물량이 넘쳐 나 준공 후 임대가 제대로 될지 미지수인데도 투자자들은 몰려들고 있다.

분양받아 세를 놓으면 은행금리보다 훨씬 높은 임대 수익을 올릴 있다는 분양업체들의 말만 믿는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요즘 선보이는 오피스텔은 건축허가도 안 받고 분양하는가 하면 토지 계약금만 납부한 상태에서 청약을 받는 곳도 있다. 분양질서가 문란하기 짝이 없다.일반 아파트와 달리 분양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사업자는 사전에 허가 여부를 다 알아 보고 분양에 나섰을 게다. 문제는 사업자들이 건축허가가 아직 안 나왔다는 사실을 전혀 공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분양 중인 성남 분당 신도시 P 오피스텔의 분양 관계자에게 건축허가 여부를 질문해봤다.

성남시에 허가신청도 안된 건물을 "허가가 났다"고 잡아 뗐다. 성남시에 알아봤다고 하니 "언젠가는 허가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이다.

더 기막힌 일은 모델하우스를 실제 건축설계와 다르게 만들어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층형 오피스텔의 경우를 보자. 복층형 오피스텔의 한 층당 건물 높이는 대개 3.8~3.9m 가량 된다. 여기에 천장의 배관, 온돌바닥 설비 등을 설치하고 나면 실제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는 3.5~3.7m 정도다.

따라서 내부를 1,2층으로 분리할 경우 1층은 일반 오피스 건물처럼 2.1~2.2m로 짓고 나머지를 복층으로 올린다.

결국 2층은 1.4~1.5m가 남는다. 이 높이라면 정상적인 활동은 어렵고 좌식생활이나 잠만 잘 수 있는 크기다. 이런 미니 2층도 건축법상 오피스텔은 업무시설이어서 설치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런데도 일부 모델하우스는 2층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게 천장을 높여 놓아 소비자들에게 일반 복층형 아파트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정상적으로 복층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 층고(層高)를 1.5m 이상 높일 수 없어 다락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모델하우스를 실제 2층처럼 꾸며 놓은 것은 사기분양이나 다를 게 없다. 이런 문제도 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1998년 일부 건설업체들의 로비에 밀려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대폭 완화해 생긴 일이리라.

공급이 넘쳐나 사업자들이 제시한 수익률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판에 눈속임 모델하우스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주거형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영진 전문위원 yjcho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