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2001시즌 결산 (3)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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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곤잘레스의 타구가 그라운드에 닿는 순간. 1년을 이어온 가슴뭉클한 미담은 신화가 됐다. 구단주와 선수들은 하나로 엉켜 눈물을 뿌렸고 지난시간의 고난은 관중들의 함성속으로 사라졌다.

쉽지 않았다. 다이아몬드백스에게는 월드시리즈 우승보다도 1년을 버텨온 것이 더 힘든 일이였다. 구단운영을 위해 대출을 받아야 했고 선수들의 연봉분할지급이 아니였다면 도전자의 자격도 얻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로 뭉친 팀은 모든것을 이겨냈고 시리즈의 맨 끝에 섰다.

전력만으로도 다이아몬드백스의 우승을 점치는 사람은 없었다. 시즌이 끝난 후 메이저리그 최강의 원-투 펀치로 자리매김한 존슨과 실링은 초반엔 그렇지 못했다. 실링의 지난시즌 성적은 기대이하 였고 올시즌 활약여부도 미지수 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확실한 1, 2선발 외에는 볼 것 없는 팀. 다이아몬드백스는 포스트시즌 예상진출 팀에서 제외됐다. 시즌중반까지 예상은 맞아들어갔다. 루이스 곤잘레스가 연일 홈런쇼를 보여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좀처럼 1위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주전 마무리 매트 맨타이의 부상도 악재. 불같은 강속구의 마무리는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접었다. 트레이드 할 돈도 유망주도 없었던 다이아몬드백스의 도박은 2년차를 맞은 김병현과 신예 브렛 프린츠의 더블 스토퍼. 승부수를 던진 다이아몬드백스의 도박은 잭 팟을 터뜨렸다. 두 선수는 맨타이가 빠진 자리에서 9승 28세이브 17홀드를 합작했고 팀의 승리를 완벽히 지켜냈다.

타선도 고군분투했다. 별볼일 없다던 타선은 루이스 곤잘레스를 축으로 이길만큼의 점수는 반드시 뽑아냈다. 오갈데 없던 크레이그 카운셀은 토니 워맥과 곤잘레스 사이를 잘 이어줬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최고였다. 포스트시즌에서의 다이아몬드백스 전력은 최강이였다. 시즌초반 보이던 많은 헛점은 긴 페넌트레이스를 보내며 극복했고 최강이라던 뉴욕 양키스도 무릎을 끓었다.

값진 우승을 이뤘지만 극복해야할 문제가 남았다. 재정은 크게 해결되지 않았다. 내년시즌도 선수들의 호주머니에 기댈 수는 없다.

참담한 마이너리그 시스템도 정비를 해야한다. 라일 오버베이가 텍사스리그의 강타자로 떠오른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잭 커스트, 알렉스 신트론은 더 이상의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1라운드로 지명자였던 닉 비어브롯은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고 존 패터슨은 시즌초반 부상으로 한 해를 쉬었다.

하위 라운드 지명자들의 빅 리그 입성은 반가운 일이지만 얼마되지 않는 기간동안 다이아몬드백스가 어렵사리 걷어들인 상위 라운드 선수들은 성장이 더디다. 전체적인 마이너시스템의 문제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올시즌 다이아몬드백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월드시리즈에서 잠시 발을 헛 디뎠을 때에는 넘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했다. 그러나 '팀'을 이룬 선수들은 서로를 의지했고 힘이 됐다.

다이아몬드백스는 우승과 함께 값진 '팀'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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