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리베이트 더 이상 두고보지 않겠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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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환자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비싼 약값의 원인으로 지목된 '의약품 리베이트' 때문이다.

제약회사의 의약품 리베이트 관행은 자연스럽게 약값을 올린다. 의료기관은 필요없는 약을 더 처방할 수도 있다. 결국 이렇게 더해진 약값 부담은 의료소비자인 환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불만이 쌓인 환자들은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 지난해 말 '의약품리베이트 감시본부'가 그 주인공이다. 리베이트 행위를 의료소비자인 환자가 직접 감시하겠다는 것. 또 리베이트로 적발된 제약사를 상대로 그동안의 금전적 손실을 보상받기로 했다.

최근엔 제약사를 상대로 실질적으로 입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의약품 리베이트 민사소송을 진두지휘하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를 만나 그 배경에 대해 들었다.

- 환자단체와 소비자 단체에서 동아제약, 대웅제약, JW중외제약, 한국 MSD, GSK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제약사를 상대로 리베이트 환급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얼핏 생각하면 ‘환자단체에서 의약품 리베이트로 환급소송을 벌일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유로 리베이트 환급 소송을 제기했나.

“환자에게 약은 병을 낫게하는 필수적인 존재다. 건강보험에서 지원을 해 주면 그나마 낫지만, 그렇지 않으면 환자 본인이 한 달에 몇 백만원씩하는 약값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약값이 부담스럽다고 약을 안 먹을 수도 없다. 몸 상태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을 처방할 때 금전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면 환자입장에서 착잡하다.

이런 제약사의 의약품 리베이트 관행은 약값을 올리는 주요 원인이다. 의료기관에 지급해야 할 부분까지 처음 약값을 산정할 때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전체 의약품 매출의 20%는 리베이트로 사용되고 있다며 약값에 거품이 있다고 지적했다.

병·의원 역시 약을 많이 처방해야만 금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필요없는데도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행은 환자의 부담을 높인다. 리베이트로 약값에 거품이 끼어 그 차액만큼 더 비싸게 약을 구입해 먹고 있기 때문이다. 건보재정 악화에도 영향을 끼친다. 리베이트로 추가부담한 약값을 제약사가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로 리베이트 환급소송을 시작했다. 또 불법 리베이트는 근절되야 한다는 생각도 영향을 미쳤다.”

- 이번 리베이트 환급 소송은 어떤 의미가 있나.

“의료계와 제약업계 모두에게 의약품 리베이트가 불법적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의약품 리베이트는 주어서도 받아서도 안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또 소송에 승소하면 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 환자)과 지방자치단체(의료급여 환자)도 환수소송을 제기해 재정 건전화와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리베이트 환급소송은 어떻게 진행되나.

“정부 조사결과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확인된 제약사를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제약사의 리베이트 행위가 약값인상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계산한다. 이후엔 해당 기간 문제가 된 의약품을 복용한 환자를 모집해 집단 소송을 제기한다.

1차적으로 동아제약, 대웅제약, JW중외제약, 한국 MSD, GSK 등 5개 제약사 8개 품목을 대상으로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이들 제약사 모두 공정거래위원회에 수십~수백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여러 제품 중 승소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선정했다.

보여주기식으로 끝나지 않을 꺼다. 이번 소송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리베이트 제공혐의로 적발된 제약사를 선별·분석해 지속적으로 리베이트 환급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2차 소송 대상도 선정했다. 리베이트로 3차례 이상 적발된 제약사는 불매운동도 준비하고 있다.”

- 의약품 리베이트로 부당하게 약값을 올린만큼 더 가져간 약값의 일부를 내놓으라는 소송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의약품 리베이트로 환자들이 입은 피해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인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리베이트 비율을 기준으로 대략 계산했다. 연간 2조 1800억원을 환자들이 추가 부담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7년 공정위는 제약사의 의약품 리베이트 조사 결과를 발표해다. 당시 공정위는 매출액의 20%가 리베이트로 사용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약값에서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율을 산정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2005~2009년까지 3년 동안 의약품 리베이트로 환자들이 약 3조 2514억원을 추가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 승소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의약품 리베이트는 필연적으로 약값 상승을 유도한다. 최종적으로는 환자에게 부담을 준다. 이런 경우 환자는 제약사를 상대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56조 제 1항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미 대법원에서 공정위에서 적발한 제약사의 의약품 리베이트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보건의료사기'로 규정해 더 엄격하게 처벌한다. 이로인한 손해도 적극적으로 환수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보건부 내 감찰부를 두고 법무부, 검찰과 공조해 '보건의료사기에 대한 손해배상 등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한다. 미국 보건부가 최근 5년 동안 환수한 금액만 약 83억 달러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0조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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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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