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중 핸즈프리 위험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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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이달부터 그랬지만 많은 나라들이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사고의 위험 때문이다.

반면 한편에서는 가장 빠른 길과 교통 상황 등을 알려주는 내비게이터 등 운전자의 정신을 분산하는 차량용 편의 장치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이로 인해 운전 중에는 이런 편의장치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논의도 일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인간의 두뇌가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잘 처리할 수 있는 지에 관한 연구가 한창이다.그러나 결과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은 최근 사람이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할 때는 각각을 담당하는 두뇌의 부분이 한가지 일을 할 때 만큼 활발히 활동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할 때 두뇌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것은 두뇌가 일으키는 전기 신호 사이에 혼선이 생기기 때문. 두뇌에는 신경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데 사람이 감각을 느끼거나, 어떤 일을 생각할 때는 복잡한 양상으로 전기가 발생한다. 그런데 사람이 두 가지 일을 하면 서로 다른 양상의 전기가 동시에 발생해 혼선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포항공대 김승환(물리학과) 교수는 "보는 것과 듣는 것처럼 관련된 두뇌의 부분이 떨어져 있으면 혼선이 생기지 않지만, 판단을 내릴 때처럼 두뇌의 많은 부분을 쓸 때는 전기적 혼선이 잘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들으면서는 다른 일을 할 수 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는 두뇌가 판단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므로 할 일을 잊기도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서유헌(약리학교실) 교수는 "인간이 이성적 판단을 내릴 때는 뇌의 왼쪽을 많이 쓰고,소리를 들을 때도 좌뇌를 쓰기 때문에 핸즈프리를 사용하더라도 통화는 위험하다"고 설명한다.

캐나다에서는 운전 중 휴대폰을 사용하는 경우 사고 위험이 4.3배 높아지는데 핸즈프리를 사용한다고 이 수치가 낮아지지는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한국교통개발연구원 설재훈 박사는 "전화를 거는 경우는 대부분 할 말을 미리 생각하므로 두뇌가 판단 활동을 덜 하는데, 실제 운전중 전화를 걸 때가 받을 때보다 사고 위험이 낮다는 연구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포드자동차는 운전자가 딴 짓을 할 때의 위험도를 보다 철저히 분석하기 위해 최근 1백30억원을 들인 운전 시뮬레이터를 만들었다.

운전자가 차 안에서 실제 운전하는 것과 똑같이 조작을 하면서 시뮬레이터의 화면에 갑자기 장애물이 나타날 때의 반응 시간 등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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