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손녀 돌보던 할머니, 자신도 모르는 새 골병든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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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와 손녀를 돌보는 60~70대 여성 노인의 척추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할머니들이 손자·손녀를 돌보는 시간은 하루 평균 8.86시간이다. 법정 근로시간보다도 길다.

문제는 노동 강도다. 응답자의 63.7%는 ‘손자·손녀를 돌보기가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대답했다. 상당수가 건강에 무리를 느끼면서도 자녀의 직장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손자·손녀를 돌보고 있는 것이다.

여성은 폐경기에 뼈가 급속도로 약해진다.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장시간 아이를 돌보면, 어깨·허리·무릎 등 척추와 관절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예스병원 차기용 원장은 “60대 이상이 되면 뼈와 관절에 퇴행성 변화가 나타난다”며 “매일 장시간의 육아는 허리와 무릎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육아활동 시 수차례 아이를 안고 눕혀야 한다. 60대 이상 노인이 아이를 안으면 허리에 평소 4배 이상의 압력이 가해진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질병은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해 허리 통증이나 마비가 발생한다. 대개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통증이 느껴진다. 또 걸을 때 다리가 죄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자주 저리다. 차 원장은 “누워 있거나 앉아서 쉬면 별 증상이 없지만 조금만 걸어도 통증이 심해지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일상생활은 물론 배변활동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무릎 슬개골도 주의해야 할 부위다. 슬개골은 무릎뼈의 안쪽에 위치한 단단한 연골로, 무릎 위의 체중을 지탱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최 원장은 “아이를 안고 눕히는 과정에서 슬개골에 하중이 실려 연골이 손상될 있다”고 말했다. 무릎 앞쪽이 뻐근하거나 시큰시큰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 같은 질병을 피하려면 최대한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아이를 안을 때에는 허리를 먼저 굽히지 않는다. 허리보다 무릎을 먼저 굽혀서 자세를 낮춘 다음, 몸을 가까이 해서 안도록 한다. 포대기 대신 아기띠를 사용하는 것도 허리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아기띠는 허리와 어깨에 가해지는 무게를 분산시킨다.

아이를 안거나 업기 전에는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맨손 체조로 근육을 적당히 이완하는 게 좋다. 평소 운동을 통해 허벅지와 무릎 주위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차 원장은 “허리 통증이 지속돼 손과 발까지 시린 증상이 나타나면, 척추 질환일 가능성이 크므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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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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