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 김재우 사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벽산이 망한다구요?

천만에요. 앞으로 지어질 모든 건물에선 '벽산인사이드' 라는 브랜드를 보게 될 겁니다"

건설자재업체 ㈜벽산의 김재우 (金在祐) 사장은 21일 기업인 1백여명이 모인 한국표준협회 조찬강연에서 이렇게 호언장담했다. 강연이 끝나고 인터뷰를 위해 따로 만난 金사장은 "지난 3개월간 많은 조찬모임에 연사로 쫓아다닌 건 브랜드마케팅을 선포하기 위한 것" 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金사장은 최근 경영관련 조찬모임 연사로 가장 '뜨는' 경영인이다. 서상록 전 삼미 부회장.서두칠 전 한국전기초자 사장에 이어 기업인 강사 스타 계보를 잇고 있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金사장이 이렇게 각광을 받게 된 건 지난 8월 직원들과 함께 '누가그래?

우리회사가 망한다고' 라는 책을 내며 '벽산이 살아났다' 고 대외적으로 공포하면서 부터다. 외환위기당시 만성적자에다 유동성위기까지 겹쳐 회생가능성이라곤 없어 보였던 벽산을 어떻게 3년만에 흑자회사로 돌려놓을 수 있었는지를 듣기 위해 그가 나오는 강연회엔 기업인들이 몰려든다.

金사장은 1998년 침몰위기에 몰린 벽산의 사령탑을 맡았다. 삼성물산 등 전형적인 대기업 월급쟁이 출신이 '만기된 회사채는 속속 돌아오는데 있는 거라곤 도저히 받을 가능성이 없는 악성채권만 3백50억원에 달하는 회사' 를 떠맡은 것이다.

그는 "취임후 한 일은 온통 파괴작업뿐이었다" 고 말했다. 대주주에게서 "벽산을 살려주십시오" 라는 부탁외에는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자기식대로 밀어붙였다.

대기업 흉내를 낸 복잡한 조직을 사장말이 구석구석 전파될 수 있도록 단순하게 바꿨고, 회사를 워크아웃에 집어넣었고, 주력사업인 석고보드 공장을 프랑스회사에 팔아버렸다. 4천여개의 거래처를 우량고객 4백개만 남기고 모두 정리했고, 직원도 절반정도로 줄였다.

이쯤되니 직원들사이에선 '회사를 망치려고 온 사람' 이라는 원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직원들이 상여금을 반납하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와중에 金사장은 브랜드가치 평가를 한다며 전문업체를 사서 일을 시키고, 사무환경을 웹환경으로 바꾼다며 돈을 '펑펑' 썼다.

金사장은 "망하려고 작정한 게 아니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기업은 미래투자를 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2년연속 30억흑자를 기록하자 회사에 파견됐던 은행관리단은 모두 가버렸다" 고 덧붙였다.

간판상품인 석고보드가 없는 벽산의 미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金사장은 "모든 건물에 꼭 들어가야 하는 단열재가 그 해답" 이라며 "벽산의 단열재가 들어가면 안심이라는 분위기를 확산하는 것이 '벽산인사이드' 마케팅" 이라고 말했다. 또 "석고보드도 앞으로 10년간은 벽산 브랜드를 유지한다" 며 "여전히 석고보드는 우리 사업이나 마찬가지" 라고 덧붙였다.

양선희 기자<su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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