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일 특사 … 인수위 반대, 청와대는 강행 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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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이르면 29일 특별사면을 한다. 이에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택시법안에 대한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감사원의 4대 강 감사 결과를 두고 ‘익명’으로 주고받던 마찰음이 이젠 ‘실명’을 앞세운 공개적 충돌로 번질 조짐이다. 정권교체기에 빈발했던 신구(新舊) 권력 간 갈등이 이번에도 재연되는 양상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과거 임기 말에 이루어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 더구나 국민 정서와 배치되는 특별사면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라며 “그러한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박 당선인의 입장인가”란 질문에 “충분히 상의했다”고 해 박 당선인의 뜻임을 내비쳤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 총수·경영자의 중대 범죄 등에 대해선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지난해 7월엔 “‘무전유죄 유전무죄’ 같은 말이 국민에게 회자되고, 돈 있고 힘 있으면 자기가 책임을 안 져도 되는 상황이 만연된다면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해도 와닿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대통령의 잦은 사면권 행사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었다. 민주통합당도 윤 대변인의 발언에 “당연하고 올바른 입장”(박용진 대변인)이라고 논평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예정대로 사면한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29일, 늦어도 다음 달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다만 사면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아직 사면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친인척 ▶민간인 사찰과 저축은행 비리 사건 등 현 정부 내 대표적인 비리사건 연루자 ▶법적으로 결론이 나지 않은 경우 등을 제외한다는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한다.

 이럴 경우 2007년 대선 이전 금품을 수수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사면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선거법을 위반한 박근혜계 원로인 서청원 전 의원도 2010년(감형)에 이어 두 번째 사면(복권)이 유력하다고 한다. 용산 철거민 사건 연루자 중 일부도 사면 대상에 올랐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한때 사면 후보군으로 거론되다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은 재판 진행 중(2심 항고)이어서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나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같은 이유로 빠진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은 친인척이란 점 때문에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임기 중 비리 사례로 배제될 예정이다. 박근혜계인 홍사덕 전 의원과 ‘나꼼수’의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도 제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수위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자 청와대는 당혹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박 당선인의 인수위는 반대했으나 이 대통령은 사면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부터 “사면 반대로 현 대통령과 각을 세워 인사청문회 국면을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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