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브랜드 파워, 경제력에 못 미쳐 안타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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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열 위원장은 “싸이 덕분에 한국을 보는 창문 하나가 더 열렸다”고 했다. [중앙포토]

세계 각국은 요즘 국가 브랜드 파워 경쟁이 한창이다. 경제력만으로 국력을 평가받던 시대는 지났다. 투자 유치나 관광객 유치의 밑바탕엔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 브랜드의 힘이 작용한다. 늦었지만 정부가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든 이유다.

지난해 10월부터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이끌면서 ‘대한민국 세일즈 전도사’로 변신한 구삼열(72) 위원장. 그는 삼성·김연아·싸이와 같은 개별 브랜드를 잘 꿰어 대한민국이란 국가 브랜드로 한 차원 높이는 게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는데 국가브랜드 사업이 바로 그 구슬을 꿰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구 위원장은 평생을 세계를 무대로 뛰었다. 미국의 통신사인 AP통신 본부에 동양인으로 처음 기자로 입사한 이래 유엔 특별기획본부 본부장·외교통상부 문화협력대사·아리랑TV 사장·서울관광마케팅 대표이사 등을 두루 거쳤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정명화씨가 부인이다.

 - 국가브랜드 관리가 왜 중요한가.

 “우리의 국가이미지는 경제사회 발전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체보다 평가를 덜 받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브랜드파워 강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비틀스·런던 버스·금융의 나라 등의 이미지를 한꺼번에 묶어낸 영국처럼 우리도 그런 일을 꾸준히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브랜드를 관리할 컨트롤 타워가 절실하다.”

 -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아닌가 싶다. 그때 ‘다이나믹 코리아’란 말이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총리실 산하에 국가이미지위원회를 설치해 관리했고 현 정부 들어 대통령직속 위원회로 강화됐다.”

 - 싸이 같은 현상이 국가브랜드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물론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때문에 강남이 서울보다 유명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싸이의 인기가 올랐다고 우리 국격이 저절로 오르는 건 아니다. 싸이 덕분에 한국을 보려는 창문 하나가 더 열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 국가브랜드 사업에서 최근 주력하는 일은 무엇인가.

 “한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한국을 혐오하는 혐한 감정이 생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에 나갈 때 불리한 조건 없이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브랜드위원회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이다.”

 - 문화부 같은 정부 부처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나.

 “국가브랜드 사업이란 게 1개 부처에서 맡을 일이 아니다. 전체적인 것을 봐야 하는데 특정 부서로 가져가면 그 의미가 퇴색한다. 문화계와 NGO(비정부기구) 등과 두루 연관이 된다. 그리고 네거티브(혐한) 대응도 중요한데 이런 것은 전체적인 시각에서 봐야한다.”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대통령직속 위원회 개편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 구 위원장은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든 국가브랜드 강화를 위한 기능은 계속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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