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이치로, 신인상· MVP 동시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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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의 우상인 스즈키 이치로(29.시애틀 매리너스)는 21일 발표된 미국야구기자협회(BWAA)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 투표 결과 2백89점을 획득했다. 이에 따라 이치로는 지난해 MVP 제이슨 지암비(2백81점.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간발의 차로 물리치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번째로 신인왕에 이어 MVP까지 거머쥐었다.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몽땅 바꾸고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이치로의 MVP 등극은 다소 의외다. 지난해 지암비가 프랭크 토머스(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를 따돌리고 MVP가 됐을 때도 사람들은 "지암비가 하얀 얼굴 덕을 봤다"며 메이저리그의 두터운 인종의 벽을 인정했다. 그런 백인 우월주의를 이치로의 카리스마가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치로는 야구 천재로 불리지만 오히려 대기만성형에 가깝다. 나고야 전기고교 시절 투수와 중심 타자로 활약했으나 워낙 팀전력이 약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91년 오릭스 블루웨이브에 입단할 당시 그는 드래프트 4순위에 불과했다. 프로에서도 92년 타율 0.253, 93년엔 0.188에 그쳤다.

94년 오른발을 들어 시계추처럼 흔드는 그만의 타격폼을 완성하며 그는 비상했다. 이후 7년 연속 퍼시픽리그 타격왕과 세 차례 MVP를 수상했다. 올해 초 그가 3년 동안 1천4백만달러의 조건으로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아무도 지금과 같은 맹위를 떨치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다.

그러나 "야구의 기본 개념을 바꾸었다"는 평가처럼 그는 발로 뛰는 야구로 메이저리그를 맹폭했다. 타격 후 1루 베이스까지 단 2.5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로 이치로는 56개의 내야 안타를 생산하며 신인 최다 안타(2백42개)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올스타, 타격왕(0.350), 도루왕(56개), 골드 글러브, 실버 슬러거까지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었다. 하지만 아직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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