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엔 핵 제재 맞서 협박 강도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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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25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백지화, 전면 무효화를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노동당 산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서다. 북한은 2003년 5월 12일 “조선(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백지화됐다”고 밝힌 이후 같은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북한은 앞서 두 차례(2006년·2009년) 핵 실험을 했다. 이번에도 장거리 로켓 은하3호 발사(지난해 12월 12일) 이후 3차 핵 실험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24일엔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높은 수준의 핵 실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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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유엔 제재를 비켜 가기 위해 ‘은하3호’를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엔 안보리는 대북 추가 제재를 결의했다. 그러자 2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 억지력을 포함한 자위적인 군사력을 질량적으로 확대 강화하는 임의의 물리적 대응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심지어 “한국이 유엔 제재에 동참할 경우 물리적 대응조치를 하겠다”며 군사적 도발 가능성도 내비쳤다.

 유엔의 제재 결의 이후 북한은 국제사회→미국·중국→한국으로 대상을 구체화하며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일종의 명분 쌓기인 셈이다.

 북한이 비핵화 선언 무효화를 들고나오는 배경엔 핵 개발이 마무리 단계인 만큼 굳이 남북 간 합의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의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고립됐던 북한이 국제적 압박에 몰려 체결하긴 했지만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북한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김일성의 유훈이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때도 김정일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10·4선언)는 데 사인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북한은 핵 개발을 위해 박차를 가해 왔다. 원자로를 가동해 플루토늄을 생산했고, 최근엔 고농축 우라늄(HEU) 생산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가동 중이다. 전문가들은 핵물질, 기폭장치, 운반수단 등을 북한이 확보함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핵무기 보유가 완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도 북한이 6~1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판단한다. 80년대 초반부터 100여 차례의 실험을 통해 기폭장치는 이미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플루토늄과 HEU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내폭형(Implosion) 기폭장치를 확보한 것으로 우리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나가사키형으로도 불리는 내폭형은 포신형(Gun-type)에 비해 구조가 복잡하고 개발이 어렵지만 적은 양으로도 폭발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소형화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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