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책세상] '노빈손, 아이스케키 공화국을 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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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빈손, 아이스케키 공화국을 구하라 1,2/강용범.선희영 지음, 이우일 일러스트, 뜨인돌, 각권 7천9백원

보통 사람들에게 과학은 딱딱하고 어렵다. 그래서 쓴 약을 어린애에게 먹이 듯 단맛으로 꼬드길 필요가 있다. '노빈손, 아이스케키 공화국을 구하라' 1,2권은 단맛이 지다치지 않나 싶을 만큼 발랄하고 경쾌하게 풀어쓴 과학 길잡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이미 나온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 '노빈손의 아마존 어드벤처' 등을 읽어본 이들은 이번 새 책을 손꼽아 기다렸을 법하다.

제목에 붙은 '아이스케키'라는 말에서부터 장난기가 느껴진다. 사실 이 낱말은 표준어가 아니다. '얼음과자'라는 뜻의 아이스케이크(icecake)를 잘못 표기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30,40대 어른이라면 나무통을 짊어진 아저씨가 '아이스케~키'라고 외치며 동네를 돌아다니던 풍경을 기억하리라. 1960~70년대 가난하던 시절, 별다른 군것질거리가 없던 때의 아이들에게, 아이스케키는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불량식품'이었다.

또 하나,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 등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 치마를 들춰 올리며 '아이스케~키'라고 외치며 달아나던 '애정놀이'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 아이스케키는 미래인 1만2천년 무렵 지구에 남은 유일한 국가 이름이다.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인류 문명은 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살아남은 이들은 가까스로 재난을 수습하고 공화국을 세우게 된다. 건국을 논의하던 자리에서 원로 한 분이 "하도 답답하니 아이스케키라도 먹고 싶어"라며 무심코 중얼거렸던 게 나라 이름으로 굳어졌단다. 책은 이처럼 만화같은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주인공 노빈손('로빈슨 크루소'를 한국식 이름으로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은 경비행기 여행을 하다 추락 사고를 당한다. 그런데 깨어나보니 미래의 한 국가에 와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질병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건 물론 기온이 크게 떨어져 추위로도 고생하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노빈손은 이런 비참한 상태에 빠진 인류를 구원할 사명을 띠고 보내진 사자라는 것.

노빈손은 미래의 지구를 구하기위해 고심 끝에 현재로 돌아와 항생제와 냉장고를 갖고 미래로 간다. 하지만 무용지물이 되자 다시 과거로 떠난 노빈손은 허준 선생을 만나 얼음골의 비밀과 씨앗을 갖고 공화국으로 돌아온다.

책은 노빈손의 이 시간여행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과학 상식을 전달한다. 소행성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태양에너지의 생성 원리는 무엇인지, 냉장고 문을 열어 놓아도 왜 방이 차가워지지 않는 지 등.

게다가 삼계탕의 어원, 다이어트하는 법,코를 고는 이유 등 토막 상식도 담아 '생활 백과사전'으로도 손색이 없다. 넘발키네.니고마무라.싸그리 다마치오 같은 엉뚱한 인물과 그들의 행동거지도 흥미롭고, 이우일의 일러스트는 여기에 감칠 맛까지 더한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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