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표가 무서워서… 추곡가 인하 여야 반대

중앙일보

입력

쌀값으로 상징되는 농촌문제가 여야 정치권의 핵심 논란으로 부상하고 있다.

농림부 양곡유통위원회(양곡위)가 뉴라운드 체제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내년 추곡수매가를 사상 처음으로 4~5% 인하하자는 건의안을 낸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들이 당장 21일과 다음달 2일 대규모 항의집회를 벌이겠다며 반발하면서 불똥은 정치권으로 튀었다.

19일 오전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인제(李仁濟)고문은 "결국 비난과 책임은 모두 당이 감수해야 한다"면서 "농림부는 즉각 추곡가 인하방침을 철회하라"고 말했다.

김원기(金元基)고문도 "농민들이 지구당사 앞에 쌀가마를 쌓아놓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면서 "종합적인 대책이 나오기도 전에 쌀값 인하계획만 나와 농민을 자극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김동태(金東泰)농림부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긴급 당정회의에서 민주당은 추곡가 인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박용호(朴容琥)농어촌대책특별위원장은 "농림부가 확답을 하진 않았으나 사실상 추곡수매가안은 백지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오전까지는 정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다 오후에 추곡가 인하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만제(金滿堤)정책위의장은 "쌀농사 직불제 등을 통해 농가소득을 보전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추곡가 인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의원들도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민주당 장성원(張誠源)의원은 "뉴라운드 협상은 선언문만 나왔을 뿐이며 정부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농촌을 되살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의원은 "뉴라운드 대처방안이 쌀값 인하로 나타나는 것은 패배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권오을(權五乙.안동)의원은 "농촌 소득감소에 대한 보조 프로그램을 제시한 뒤 쌀값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농민과 소비자, 여야와 정부가 함께 특별대책기구를 만들어 뉴라운드 시대에 대비한 근본적인 농업대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김종혁.고정애 기자 kimc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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