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영화 '해리포터' 대박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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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포터로 종합 엔터테인먼트그룹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겠다."

제작을 맡은 AOL 타임워너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사진)의 다짐이 남다르다.세계 최대 인터넷 서비스회사인 아메리카온라인(AOL)과 거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의 합병 발표는 지난해 1월.

그 후 독점당국으로부터 합병을 승인받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합병회사의 마케팅 역량을 총동원한 첫 작품이 해리포터다.

지난 16일 북미에서 개봉된 해리포터의 출발은 더 없이 좋다. 개봉일 흥행수입(3천1백60만달러)과 첫 사흘간 수입(9천3백50만달러 추산)이 모두 신기록이다.

◇ 대박의 힘은 어디서=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는 이번에 영화화된 첫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부터 4편까지 전세계에서 1억2천만권이 팔렸다.

일단 원작의 인기가 흥행 보증수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이면엔 빈틈 없는 마케팅이 숨어 있다. 인터넷과 종합미디어가 결합한 AOL 타임워너의 힘이 '주라기공원'과 '스타워스'의 인기를 누르고 있는 것이다.

AOL 타임워너는 방송.잡지.영화사.케이블.음반사.인터넷 등 거의 모든 매체를 아우르고 있다. 회사는 올 1월 마케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관련 조직들을 총동원해 '해리포터 띄우기'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AOL은 영화표를 온라인 예매하고 관련 이벤트를 열어 네티즌을 끌어 모았다. 사이버 몰에서는 해리포터의 마술지팡이 등 캐릭터 상품을 팔았다. 연예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해리포터 홍보기사를 끊임없이 싣고, 음반 자회사 애틀랜틱은 사운드트랙 음반을 만들어 돌렸다.

CNN.타임지를 통해서는 해리포터를 기사로 다뤘다.영화전문 케이블채널 HBO와 TV방송 워너브러더스 네트워크도 예고편과 제작소식을 내보냈다.

◇ 멀리 보고 식상함을 피하라=AOL 타임워너는 코카콜라와 단독 스폰서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역대 최고인 1억5천만달러(약 1천9백억원). 제작비와 거의 맞먹는 액수다.

그러나 AOL 타임워너는 1편에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해리포터는 7편까지 출간하기로 돼 있는 시리즈물. AFP통신은 타임워너가 해리포터를 7편까지 영화로 만들면 매출은 1백억달러, 순익은 2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사측은 한꺼번에 관련상품을 쏟아내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객들이 식상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몇가지 원칙을 정했다. 우선 코카콜라와 스폰서계약을 하면서 비슷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다른 패스트푸드점과의 계약은 거부했다.코카콜라와도 2편까지만 계약을 했다.

시계.게임 등 관련상품 개발업체도 90곳으로 제한했다.

◇ 새로운 사업영역 열겠다=케이스 회장은 "해리포터는 합병회사의 시너지를 보여주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해리포터가 영화 마케팅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까지 포함한 모든 매체를 동원한 제작.배급.마케팅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를 두고 케이스 회장은 "우리는 멀티필름 프랜차이즈(다매체 영화 총판업)라는 새로운 사업분야를 개척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수현 기자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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