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추곡수매가 인하 건의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농민들의 쌀을 사줄 때 매기는 값(추곡수매가)이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1년 전보다 내려갈 전망이다.

농림부 장관 자문기구로 추곡수매가를 건의하는 양곡유통위원회(위원장 정영일 서울대 교수)는 16일 격론 끝에 내년 추곡수매가를 올해보다 4~5% 낮추자는 건의안을 표결로 확정했다.

이는 정부가 쌀을 비싸게 사줘 농민들의 소득을 받쳐주는 지금까지의 정책을 바꾸자는 것이다. 쌀 등 농수축산물 수입 개방을 추진하는 새로운 세계무역질서(뉴라운드)가 논의되는 시점에 양곡유통위원회는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농업정책을 건의한 셈이다.

추곡수매가는 1994, 95, 97년에 동결됐을 뿐 매년 4~7%씩 인상돼 왔으며 양곡유통위원회가 추곡수매가 인하를 건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추곡수매가는 쌀 80㎏ 한 가마에 16만7천7백20원이었다.

양곡유통위원회는 생산자 대표 5명,소비자 대표 5명, 학계 인사 5명, 언론인 2명, 유통 분야 인사 3명 등 모두 20명의 민간인으로 구성한다.

이날 회의에서 생산자 대표들은 농민의 주소득원인 쌀 수매가를 내릴 수 없다고 주장, 격론이 벌어졌지만 표결 결과 수매가 인하 의견이 더 많았다.

정부는 이번 건의안을 바탕으로 내년 추곡수매가 동의안을 마련, 이달 중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2004년 쌀 시장 개방 재협상을 앞두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나는 가격 보조를 줄여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양곡유통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앞으로의 양곡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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