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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살리고 사회를 움직이는 50대 아줌마 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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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화장을 했어도 나이를 속일 순 없다. 눈가의 잔주름이 지나간 세월을 말해준다. 대형마트의 계산대에서 부지런히 바코드를 찍는 50대 주부 사원들. 매장 곳곳에서 열심히 판촉을 하는 50대 ‘아줌마’ 사원들. 상품을 진열하고, 청소를 하고, 푸드코트에서 조리를 하는 50대 어머니 사원들. 한국의 대형마트는 50대 아줌마들이 흘린 땀으로 굴러간다.

 식당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고깃집 불판을 닦고, 병원에서 간병을 하고, 치매 걸린 노인들 보살피고, 빌딩의 화장실 청소를 하고, 가사도우미로 남의 집 청소와 빨래를 해주고, 임산부 산후 조리를 도와주고, 맞벌이 부부의 어린아이를 돌봐주는 사람들도 대개 50대 아줌마들이다. 이런 곳에서 40대 아줌마는 막내 취급을 받는다.

 구글 검색창에 ‘ajumma’를 치면 약 55만6000건의 콘텐트가 검색된다. 전 세계 네티즌이 사용하는 ‘도시사전(Urban Dictionary)’은 “아줌마는 한국의 중년 여성을 이르는 말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아줌마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性)’으로 인식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인터넷 사이트인 ‘갈비찜(galbijim)’에는 “고집 세고, 거칠고, 자주색 바지를 입고, 파마 머리를 하고, 지하철에서 날카로운 팔꿈치를 사용하는 어느 정도 나이 든 여성이 아줌마의 전형적인 이미지”라고 설명돼 있다.

 아줌마 하면 왠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함, 수다, 억척스러움, 자기중심성, 쓸데없는 참견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수줍음이나 다소곳함 같은 여성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결혼을 해서 출산을 하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여성은 아줌마로 다시 태어난다. 대개 갱년기가 시작될 무렵이다. 나카지마 다카노부(中島隆信)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2008년 출간한 『아줌마 경제학(おばさんの經濟學)』에서 여성이 아줌마가 되는 것은 여성다움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아줌마가 됨으로써 얻는 편익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정한 나이에 이르러 아줌마로 변신하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란 것이다.

 50대 여성의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수)이 처음으로 20대의 고용률을 앞질렀다고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여성의 고용률은 58.13%로, 20대의 고용률(58.08%)을 추월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남편들이 직장에서 밀려나 놀고 있는 데다, 자녀들마저 취업난으로 일자리를 못 구하자 생계를 위해 취업 전선에 뛰어든 50대 아줌마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다리가 붓고, 어깨가 아파도 가족을 위해 치열하게 사는 이 땅의 50대 아줌마들. 그들의 헌신 덕에 우리 가정과 사회가 이나마 굴러가는 것 아닐까.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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