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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전문위원의 부동산 리포트] 오락가락 부동산 관련 규제

중앙일보

입력

줄줄이 풀렸던 부동산 관련 규제들이 하나씩 묶이는 분위기다. 한동안 임야.농지 등의 개발붐을 일으켰던 준농림지 제도는 난개발이라는 부작용의 덫에 걸려 제도 자체가 없어지는 운명을 맞았다.

주요한 서민주택 공급원이었던 다세대.다가구주택 건축기준도 내년부터 대폭 강화됨으로써 집 짓기가 예전같지 않게 됐다.

이뿐 아니다. 지구단위계획이란 제도가 새로 만들어져 용적률이 크게 낮아지고, 1998년 폐지했던 소형주택 공급 의무제까지 부활될 가능성이 커 아파트 사업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여기에다 서울시는 주상복합아파트 기준을 까다롭게 한데 이어 최근에는 주거용 오피스텔 건립을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어서 시장 상황이 어수선하다.

다 도시환경을 쾌적하게 만들고 무분별한 건축에 따른 기반시설 부족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임에는 틀림 없다. 그동안 너무 사업자 위주로 관련 정책이 운용됨으로써 도시환경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조치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쾌적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애시당초 풀어서는 안되는 기준을 다시 묶는다는 데 이해 관계가 없는 일반 국민들이어야 무슨 이의를 달겠는가.

하지만 풀고 묶는 기준이 애들 장난치듯 신중하지 못하다는 데는 분명 문제가 있다. 풀 때도 그렇고 묶을 때도 앞뒤 안 따지고 처리함으로써 또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정부 정책을 믿고 따랐던 사람만 손해보는 일이 자꾸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이것 저것 다 따져보고 결정했다고 하겠지만 벌어진 현상으로는 전혀 그런 흔적을 느낄 수가 없다.

크게 문제될 게 없었던 규정을 느닷없이 완화했다가 부작용이 생기자 서둘러 다시 강화하는 모양새는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생각하는 자세가 아니란 게 현장의 목소리다.

더욱 국민을 화나게 만드는 것은 도시가 망가질대로 망가진 뒤 개선안이라고 내놓는 뒷북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왜 이런 일이 계속될까.

여러 구조적인 문제가 서로 얽혀 어쩔 수 없었던 부분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관련 분야의 전문 행정가가 부족한 게 큰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보니 책임자나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달라져 정부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있다.

결국 이해 관계에 얽혀 있는 기업이나 이익집단의 민원에 이끌려 앞뒤 안맞는 단편적인 정책들이 만들어짐으로써 선의의 투자자들만 손해를 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정책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되는 것이다.

최영진 전문위원 y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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