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증시…'대세 상승' 이냐 반짝 '돈 장세' 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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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의 대세상승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의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일시적인 유동성 장세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애널리스트들이 지수가 꾸준히 오르자 잇따라 대세상승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아직은 단기적인 상승에 그칠 것이란 유동성 장세파(派)와 대세상승파가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대세상승은 아니지만 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오를 수도 있다는 ‘중기 시세론’을 주장하는 애널리스트도 있다.

◇대세상승론=대우증권 신성호 부장은 경기순환 측면에서 올해 3분기와 내년 1분기에 경기가 저점을 기록한다면 지난 9월이 주가저점이라고 분석했다.주가가 경기변동보다 3∼6개월 앞서 움직이는 속성 때문이다.

지난 84년 이후를 살펴봐도 주가는 경기저점보다 한발 앞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메릴린치 증권도 13일 “한국 경제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며 “최근의 주가상승폭이 큰 편이지만 경기 회복을 감안할 때 추가상승할 여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 증권사는 “한국 기관투자자와 개인들이 주식을 파는 것은 종전의 고도성장기 체질을 벗어나지 못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예컨대 1990년대의 경제성장률 7∼10%를 잣대로 삼아 최근의 경제성장률을 지나치게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과 현금흐름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진데다 지난 주부터 국제 반도체 값이 반등하기 시작한 것도 대세상승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우증권 신 부장은 “내년에 일시적인 조정은 있겠지만 상승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고,메릴린치증권도 종합주가지수 620선에서 제대로 된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동성 장세론=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최근 장세는 상승이 제한된 유동성 장세”라며 “무엇보다도 실물경기 회복의 신호를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에다 저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주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했다는 것.김상무는 “1998년에 비해 국제 유가가 아직 높은 편이고 뚜렷한 주도주가 부각되지 않는 것도 일시적인 유동성 장세의 증거”라고 진단했다.

동원경제연구소 김세중 애널리스트도 “정보기술(IT)업체들의 주가가 실적에 비해 아직도 높게 평가돼 있다”며 “실적이 뒷받침되고 상승기간이 1년 이상 지속돼야 대세상승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김지영 투자정보팀장도 “최근 외국인 순매수의 의미를 너무 가볍게 본 것은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현재 추세가 지수 1,000포인트를 넘는 대세 상승으로 가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그는 ▶경기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난 수준일 뿐 아직 본격적인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 일본 ·중남미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데다 ▶정체된 정보기술(IT) 산업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김팀장은 “기술적으로도 최근 3년간 전체 거래량의 70%가 700선 위에 포진해 있다”며 “이번 장세의 한계는 종합지수 693∼765포인트”라고 전망했다.

이희성 ·김동선 기자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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