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신용등급 상향 외국인 미리 감 잡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 오후 1시반,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S&P가 한국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시 분위기는 돌변했다.

미국의 항공기 추락과 외국인 순매도로 6포인트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는 곧장 오름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이 틈에 매도 주문을 늘려 6백8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시장에선 "외국인들은 (등급 조정 내용을)미리 알았던 것 같다"는 말이 파다하게 퍼졌다.

◇ "단기적으론 시장에 부정적일 수도"=과연 외국인들은 미리 알고 주식을 사모았다가 뉴스에 맞춰 팔기 시작한 것일까. 과거 신용등급 조정 전후 외국인 매매와 주가흐름을 보면, 물증은 없으나 분명히 감을 잡은 듯한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BB+)에서 투자적격등급(BBB-)로 올린 1999년 1월25일 전후를 보자. 발표 전 1개월간 외국인은 1조9백여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으나, 그 뒤엔 매수 강도가 크게 떨어져 1개월간은 2천3백여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굿모닝증권 홍춘욱 연구위원은 "신용등급 상승은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의 해외차입 조건이 좋아져 장기 호재임에 분명하다"며 "그러나 단기적으론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매물을 불러오는 부정적 영향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연구위원은 "주가 하락을 막아줄 호재"라고 평가하고, "반도체 가격 회복과 중국의 WTO 가입 등 좋은 재료와 어우러져 지수는 일단 600선을 넘은 뒤에나 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 옐로칩과 금융주 주목=신용등급의 상향조정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하는 우량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에 직접적인 혜택이 될 전망이다.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는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오른 한국전력과 한국통신, LG전자 등 옐로칩과 금융주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