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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해진 부부관계에 활력 불어넣는 5분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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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결혼 생활은 침대 시트와 같다.’ 며칠 전 신문을 읽다 눈에 꽂힌 제목이다. 제목에 끌려 끝까지 읽었다. 한국에 여성 팬이 많은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을 인터뷰한 기사다. “결혼 생활은 아무리 애를 써도 네 귀퉁이가 반듯하게 펴지지 않는 침대 시트와 같다. 한쪽을 펴면 반대쪽이 흐트러진다.” 드 보통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러니 결혼 생활에서 완벽을 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독신주의자가 아닌 한 누구나 완벽한 결혼을 꿈꾼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서로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열렬한 다짐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정열의 시효(時效)는 2년이다. 인간의 뇌 구조가 그렇게 생겼다. 미국의 리처드 루커스 교수팀(미시간 주립대)이 15년에 걸쳐 2만4000명의 독일인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그런 걸로 나타났다. 결혼으로 고양된 행복감은 시간과 함께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줄어들어 2년이 지나면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의 정열을 애정, 돌봄, 온정, 동반자 의식으로 승화시켜야 사랑은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루커스 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그게 쉬운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툭툭 내뱉는 것이 보통 부부다. 아무리 화가 나도 절대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하기도 한다. 칭찬하고 격려하기보다는 무시하고 험담을 한다. 잔소리는 지겹고, 불만은 쌓인다. 무관심이 대화의 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장 가까워야 할 부부가 ‘웬수’가 될 때 사람들은 이혼을 생각한다. 그렇다고 침대나 소파 바꾸듯이 이혼을 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이혼을 감행하는 용감한 커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2011년 한국에서는 32만9000쌍이 결혼을 했고, 11만4300쌍이 이혼을 했다. 세 쌍이 결혼을 하면 다른 쪽에선 한 쌍이 이혼하는 셈이다.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나타내는 조이혼율로 따져 한국은 2.3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55세(남성 기준) 이상의 황혼이혼은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니야 류보머스키 교수(미 캘리포니아대·심리학)는 최근 출간한 『행복의 신화』란 책에서 ‘5분의 기적’을 강조한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어떤 말과 행동으로 배우자나 파트너를 5분 동안 기분 좋게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고, 그걸 실천에 옮긴다면 결혼으로 고조된 행복감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비결은 거창한 데 있는 게 아니라 따뜻한 말 한마디, 그윽한 미소, 부드러운 눈길, 귀 기울여 경청하기, 등 두드려주기, 어깨 감싸주기, 손잡기 등 사소한 말과 행동에 있다는 것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부부는 부정적인 언행을 한 번 할 때마다 평균 다섯 번의 긍정적 언행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무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류보머스키 교수는 말한다. 행복의 비밀은 멀리 있지 않다.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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