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 ‘양적 확대’에서 ‘감동적 성과’위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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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도 ‘트렌드’(trend·경향)가 있다. 시대를 읽고 선도하는 공헌활동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는 뜻.

경제 양극화 문제와 실업난 등으로 사회적 갈등이 고조됐던 10여 년 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확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한 2012 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 백서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222개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에 지출한 총 비용은 3조1241억500만원.

강산이 변하는 동안 우리 기업의 사회공헌활동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최근 들어서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양(良)만큼 질(質)을 따지는 시점이다. 기업들의 ‘진짜 공헌’을 위해 기업 사회공헌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전문가 5인이 이야기하는 2013 사회공헌 트렌드를 들어봤다.  

배은나 객원기자

변화·선도

최근 2년 간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키워드가 ‘공유가치창출’이었다면 2013년에는 ‘impact(선도)’와 ‘change(변화)’가 추가될 것이다. ‘공유가치창출’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큰 틀에서 사회공헌활동 참여의 분명한 이유와 새로운 활동방법론을 제시한다. 즉 여전히 유효하는 개념이다. 한 단계 더 도약할 시기인 지금은 ‘impact’와 ‘change’를 주목한다. 사회공헌활동은 동기만큼 성과도 핵심적인 사안이다. 때문에 사회공헌활동이 애초 목적한 사회적 변화를 얼마만큼 실현했는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또 공익사업·자원봉사·기부의 결과가 회사와 사회에 미친 파급력과 경제적 효과는 사회공헌활동의 투자를 늘리고 지속성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양적 확대와 질적인 발전을 함께 도모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 방법이 홍보와 상찬(賞讚)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 스스로 또는 단체나 기관이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경영적·사회적 ‘impact’와 ‘change’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이고 가시적으로 사내외에 보고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비로소 사회공헌이라는 투자의 인색함을 벗고 사회의 인정과 신뢰를 받게 될 것이다.

사회공헌정보센터 임태형 소장

사명

요즘 우리나라는 영리기업이 사회적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공생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새로운 전략적 사회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영리기업의 본업과 연관성이 큰 사회적기업을 지원·협력하는 사례가 늘면서 그 형태도 자사 핵심역량과 경영전략에 따라 다양하다. 예를 들어, 사회적기업을 직접 설립·지원하는가 하면 사회적기업 제품의 판로를 지원하기도 한다. 또 사회적기업가 양성을 위한 교육제공 및 자금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등 그 영역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지원 방식의 사회공헌활동이 국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소셜미션(사회적 사명·social mission)’이라는 공동의 경영전략적 목표 설정과 전문성, 지속적인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 양자 간 ‘소셜미션’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이것을 비즈니스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의 취지를 공감해 함께 실천하는 노력과 자세가 전제될 때 상생의 파트너십이 발휘될 수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도 고용노동부와 함께 ‘1사1사회적기업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사회적기업과 협력하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영리기업의 나눔과 협력활동은 동반성장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 가는데 중요한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김재구 원장

공감

기업은 사회공헌에 대한 내·외부적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각 기업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및 제도 개선을 통해 사회공헌의 호감도와 지지도를 점진적으로 높여가야 한다. 예전에 비해 활동 규모는 크게 증가했지만 기업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전개하다 보니 임직원의 자발적인 참여도는 낮아지게 됐다. 우리 기업이 어떤 사회공헌을 진행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임직원도 많다. 이를 위해 먼저 외부 커뮤니케이션의 변화가 필요하다. ‘자원봉사 평균 20시간 실시’ ‘100명 장학금 전달’ 등과 같이 양적인 성과만으로는 국민들로부터 어떠한 공감도 얻기 어렵다. 외부의 관심과 지지를 위해서는 우리 기업의 사회공헌이 수혜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지역사회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켰는지에 대한 감동적인 성과들이 제시돼야 한다. 다음으로는 기업 내부 공감대 확산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만약 자신이 보유한 전문성을 활용해 남을 도울 수 있다면 임직원의 자원봉사 참여 의지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임직원들이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활용해 봉사하는 재능봉사 및 전문봉사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사회공헌의 중요성과 성공 사례 등을 교육해 사회공헌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렇게 얻는 사회공헌에 대한 기업 내부의 확실한 지지는 다른 그 무엇보다 사회공헌 활성화에 큰 힘이 된다.

사회공헌컨설팅 라임글로브 최혁준 대표

상생

많은 대기업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상생할 것을 강조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성장을 거듭해온 우리 기업들은 ‘복지’의 측면에서도 소홀하지 않았다. 특히 초기에는 단순한 기부를 했지만 현재는 기업 철학과 업의 특성을 살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취약계층의 자립기반을 조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교육·보건·복지·환경·국제개발·긴급구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며 수혜 대상·영역을 확대했다. 예를 들어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방과 후 학습을 대규모로 지원하는 한편,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위한 차량을 개발해 보급한다. 또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재래시장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등 사회 현안이 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힘쓰고 있다. 이 같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일회성 활동이 아닌 진정성을 갖춘 장기적 사업으로 추진되는 추세다. 따라서 앞으로도 ‘상생’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찾을 것이다. 경기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축소하는 기업 경영의 부수적 활동이 아닌, 기업 경쟁력 구축을 위한 장기적인 선행투자로서 재인식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본부 이용우 본부장

빛나는 조연

지난해 5월 종사자수 50인 이상 중소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중소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조사한 결과 2개사 중 1개사는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작 동기는 ‘CEO의 개인적 선행의지·나눔의 철학’(51.0%). 우리 중소기업은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사회 각계각층에서 크고 작은 형태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며 나눔문화 확산에 동참하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79.0%의 기업이 ‘회사 재정 등 경제적/물리적 여건 부족’을 꼽았다는 것. 하지만 사회공헌활동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업이 96.6%나 되는 만큼 새로운 시각에서 사회공헌활동에 접근해야 한다. 주연에게만 조명을 비춰주던 우리 경제가 ‘민주화’시대를 맞아 이제 빛나는 조연을 양성해 낼 것이다. 이에 발맞춰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도 시대적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중소기업은 영세소상공인 등 저소득층 및 사회소외계층 복지증진사업, 농어촌 및 도서지역 지원사업 등을 통해 나눔과 배려를 실천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중소기업 사회공헌백서’ 발간, 경제교육·진로캠프 운영 등을 통해 경제의 핵심 구성원으로 사회적 책임에 소홀함이 없는 중소기업계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사랑나눔재단 정경은 사무국장

◆시선집중(施善集中)=‘옳게 여기는 것을 베푼다’는 의미의 ‘시선(施善)’과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아붓다’라는 의미의 ‘집중(集中)’이 만났다. 이윤 창출은 물론 나눔을 실천하면서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기업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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