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반독점 소송 타협의 배경과 의미

중앙일보

입력

미국 법무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합의는 3년을 끌던 반독점 소송이 마침내 종국으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 왕국 마이크로소프트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피소되자 호사가들은`세기의 소송'이라며 흥분했고 지난해 워싱턴연방지법의 1심 판결에서 회사를 둘로쪼개라는 분사(分社) 명령이 떨어졌을 때만 해도 `역사적 판결'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으나 결국 `아프지 않을 정도로' 매를 대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잔뜩 기대했던 측에서는 용두사미라며 불만을 터뜨리겠지만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던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돌리게 됐다.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이 2일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불공정 행위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며 목청을 돋웠지만 기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판정승이라는게 컴퓨터 업계와 금융계의 공통된 견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당초 생각보다 더 나가기는 했지만 `공정하고합리적'이라고 평가한 것은 타협안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전날 법무부와의 잠정 타협 소식이 전해지자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6% 이상 급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측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기는 마찬가지다.

애슈크로프트 장관은 타협안이 `솜방망이'라는 일각의 비난을 일축하고 소비자와 기업을 위한 `정당한 결과'로 컴퓨터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자화자찬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경제가 어려운 때의 좋은 소식이라며 반겼다.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이 결국 흐지부지 끝나리라는 것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폭넓게 점쳐져 온 게 사실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천신만고 끝에 당선되자 업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호랑이 굴을 벗어나게 됐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친(親) 기업 성향의 공화당 정권이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반독점 소송을 당초 진행 방향대로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돼 왔다.

그러나 아직 상황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며 우선 18개 주(州)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가 관건이다.

주 정부들은 법무부의 화해안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끼워 팔기 등경쟁제한적 행위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윈도 운영 체제의 정보 공유를확실히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테러 사태에 따른 경제난 등을 들어 곳곳에서 수용하라는 압력이 거세게가해지고 있는 데다 더 강력한 대안을 내놓기도 힘든 게 주 정부들의 현주소여서 연방정부와 결별하고 독자 노선을 걸을 수 있을 것인가는 회의적이라는 견해가 많다.

업계와 법조계의 예상대로 주 정부들이 타협안에 동의하고 법원의 최종 승인이떨어지면 `역사적'인 3년 소송은 법무부 설명대로 소비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이외의 소프트웨어도 윈도 운영 체제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막을 내리게 됐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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