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반입 한국 유물 매입 한인 수집가 첫 체포

미주중앙

입력

뉴욕의 한인 고미술수집가가 미국으로 불법 반입된 한국 유물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번 체포는 연방정부의 해외 문화재 환수전담팀이 창설된 이래 첫 한국 유물 관련 한인 체포 사례이다. 게다가 체포가 양국의 합동수사를 통해 이루어져 한국이 도난 유물을 미국으로부터 최초로 환수할 수 있는 사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국토안보부(DHS) 산하 국토안보조사팀(HSI)은 9일 뉴욕에서 윤원영(54)씨를 장물 소지와 수송 등 2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HSI가 지난달 19일 법원에 제출한 기소장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 2010년 4월 10일 미시건주 옥스퍼드의 미드웨스트 경매장에서 대한제국의 '호조 태환권' 원판(동판)을 도난 유물임을 알면서도 구입해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가 3만5000달러에 사들인 호조 태환권은 고종 30년(1893년) 호조(현재 재무부)에서 제작한 미발행 화폐 원판이다. 그 가치에 대해 한국 문화재청은 "화폐 원판은 국가 재산이며 값으로 따져 거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원판은 1951년까지 덕수궁에 보관됐던 것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 라이오넬 헤이스가 입수해 미국으로 반입했다. 헤이스는 이미 사망했고 원판 취득 경위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경매에는 그의 딸 캐시가 내놓았다.

연방정부는 국가절도재산법(National Stolen Property Act)에 따라 도난 해외 유물의 소지 및 매매를 금하고 있다. HSI는 관련 수사를 위해 2006년부터 도난 유물의 조사 및 환수 전담반을 운영하고 있다.

HSI의 니콜 나바스 공보관은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팀 창설이래 도난된 한국 유물과 관련된 첫 번째 적발”이라고 밝혔다.

기소장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한국 정부의 제보에 따라 시작됐다. 2010년 경매 시장에 원판이 나온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한국 정부가 파악하고 DHS에 수사를 의뢰한 것.

윤씨는 경매 응찰 당시 한·미 양국 정부가 "도난 유물이니 사지 말라"고 경고했음에도 구입했다고 HSI는 밝혔다.

윤씨는 도난 유물임을 인지한 뒤 지인에게 "도난 유물을 손에 넣었다. 복권에 당첨됐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윤씨는 미주 일간지, 한국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원판 획득 사실을 알렸다. 잇따른 보도로 윤씨는 ‘우리 문화재를 지킨 영웅’이라는 칭호를 듣기도 했다.

한국 문화재청 산하 국외문화재팀은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2년 간의 양국 공조수사가 결실을 맺었다"면서 "이번 사례로 그간 유물 밀반출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미군에 의한 유출 건을 수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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