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구하기’ 나선 미·EU·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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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학자금 대출 빚을 갚는 데 13년이나 걸렸습니다.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합니다.”

 평범한 대학생의 요구 사항이 아니다. 다름 아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는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시절 학자금으로 약 8만 달러를 대출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학자금 융자를 모두 상환한 것은 로스쿨을 졸업한 지 13년 만인 2004년. 그의 나이 43세 때였다. 시카고대 교수이자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 재직한 그도 학자금 대출 부담을 피해갈 수 없었다는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제발 학자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하는 미국 대학생들의 손을 잡으며 “여러분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비롯한 재교육 제도에 예산을 적극 투입하고 고용률을 끌어올려 일자리 10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학자금 대출 금리를 3.4%로 동결했다. 1조 달러(약 1140조원)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로 고통받는 청년층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최악의 경제난을 맞이한 유럽의 정부들도 ‘청년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은 지난해 청년실업 구제를 위해 200억 유로(약 29조원)를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내자’는 판단에서다. 유럽의 평균 실업률은 26%로 550만 명 이상이 무직 상태다. 프랑스 정부도 올해를 ‘일자리 창출의 해’로 정하고 내년까지 15만 명의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이 청년을 3명 이상 고용하면 3년간 최저임금의 75%까지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3년간 23억 유로가 투입된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10억 파운드(약 1조8000억원)를 투자해 청년실업자들에게 직업교육을 시키고 있다. 미취업 청년을 고용한 기업에 1인당 2275파운드(400여만원)의 장려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시행 중이다.

 북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해 7월 청년의 초임을 낮추는 대신 향후 4년간 81억 크로나(약 1조3600억원)를 직업훈련에 투자하는 ‘청년 일자리 협약’을 내놨다. 스웨덴 정부는 경영상의 이유로 직원을 해고할 때 가장 나중에 입사한 젊은 사원을 먼저 퇴사시키는 ‘후입자 선출’ 원칙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직난으로 인한 청년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겠다는 복안이다.

 일본 역시 ‘20대 구하기’에 재정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가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출은 늘리는 추세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경험하지 못하면 산업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20년까지 50만 명의 ‘프리터족’(파트타임으로 생계를 꾸리는 일본 청년을 일컫는 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프리터를 정규직으로 시험 채용만 해도 1인당 월 4만 엔(약 47만원)의 장려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1일 "고용을 늘리고 종업원의 임금을 올려준 기업에는 법인세를 깎아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직 중이거나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들을 고용해 직업훈련을 시킬 경우 월 15만 엔(약 178만원)씩 최장 2년간 기업에 지급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창업 천국’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은 국가 차원에서 창업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벤처 창업자가 투자금을 모집하면 정부가 3분의 2를 추가로 지원하는 ‘요즈마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수백 개의 이스라엘 신생 기업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채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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